전문가들 "이주민 적고 온건한 무슬림 출신이 대부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이라크 북부ㆍ시리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IS(Islamic Stateㆍ이슬람 국가)가 잇달아 외국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는 가운데 생포된 IS대원이 '한국 출신 IS대원이 있다'는 증언을 내놓으면서 한국 내 이슬람 극단주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슬림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영국ㆍ프랑스 등 구미지역은 이미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다수의 무슬림과 달리 이들은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IS에 적극 가담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IS에 수백여명의 자국민이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듯 선진세계의 극단주의자들이 IS에 가담하는 원인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주변화'와 아랍권의 역사적 경험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송경근 조선대 아랍어과 교수는 "유럽에서는 이주 무슬림들이 기존 사회와 결합하지 못하고 물과 기름 처럼 분리되고 있다"며 "그러나보니 평범한 시민이 갑자기 극단주의자가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내 극단주의 발호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무슬림 중에서도 극단주의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극소수인데다, 한국의 경우 이주민도 적고 정착ㆍ귀화자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이슬람권 이민자의 정착ㆍ귀화 비율이 매우 낮은 데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검증ㆍ선별된 인원이 회전문 식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극단주의의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CNN의 보도 역시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진술에 지나지 않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도 "한국으로 유입되는 무슬림 중 절대 다수는 인도네시아ㆍ방글라데시 등 극단주의가 세를 얻지 못하는 지역 출신이다"면서 "한국은 극단주의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위험을 과대포장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둘러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영철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극단주의의 위협에서 안전하지만, 장기적으로 무슬림 인구가 서구처럼 5~10% 수준까지 늘어난다면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먼저 문제가 발생한 유럽 등 서구의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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