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부사장 출신 곽상용 대표, 정원 내 갤러리·레스토랑 등 힐링공간 꾸며

곽상용 파머스가든 대표

곽상용 파머스가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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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9개월 전만 해도 '파머스가든 봄(Farmers Garden BOM)'의 곽상용 대표는 삼성생명 부사장이었다.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공무원이었다. 재경부 공무원을 거쳐 삼성임원까지. 하지만 곽 대표는 거기서 멈췄다. 2013년 12월 삼성생명을 떠났다. 자회사행도 택하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숫자와 씨름했던 그가 택한 제3의 인생은 '정원'.

"어떤 길을 걷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장까지 올라가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란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삼성에 입사하기 전 곽 대표는 1983년 행정고시 합격 후 이듬해부터 19년 동안 재경부 밥을 먹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외화자금과 서기관으로 김석동 외화자금과장(전 금융위원장), 윤증현 금융정책실장(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외화를 끌어오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새벽 4시 전에 집에 들어가지 못 하는 생활이 1년 내내 계속됐다고 한다. 그리고 2002년 12월 삼성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한 것은 2012년 12월이었다. 당시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에게 속내를 털어놨더니 '생각이 바뀔 수 있으니 1년만 더 근무하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곽 대표는 2012년부터 '파머스가든'을 구상했다. 정원 안에 갤러리와 레스토랑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 그가 꿈꾸던 공간이었다. 이시형 세로토닌 문화재단 박사, 정하경 전 한성대 미술대학장 교수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지난 4월 산고 끝에 파머스가든이 문을 열었다. 떠들썩하게 홍보하지 않았음에도 평일 30명, 주말 60명이 꾸준히 이곳을 찾는다.


곽 대표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말끔한 복장 대신 청바지를 입고 일주일에 두 번, 식자재 구입을 위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는다. "시장에도 시장원리가 작용해서 시장 안쪽엔 홍합 한 망에 1만원, 중간은 1만1000원, 큰길은 1만2000원이예요." 한때 한 나라의 외환보유고를 고민하던 사람이 이제는 파프리카, 홍합 가격 등을 놓고 씨름한다.


"처음 가락시장에 갔을 때 주차할 공간도 마땅찮고 젊은 친구가 삿대질하고 욕설은 난무하고 어안이 벙벙했는데 얼굴도 익히고 하다 보니 이곳만큼 사람 냄새 나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손톱 밑에 흙 때가 묻고 안경에는 얼룩이 가득한 영락없는 정원사의 모습이다.


파머스가든은 곽 대표의 철학으로 운영된다. '아드레날린'이 아닌 '세로토닌'을 유발하는 정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눈만 즐겁지 않고 뇌를 쉴 수 있는 공간이였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꽃과 나무가 만발한 정원은 아니지만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가든 내 갤러리에선 전시회가 수시로 열린다. 이미 내년 6월까지 스케줄이 꽉 찼다. 그동안 김강용ㆍ서용선ㆍ이석주ㆍ이선우ㆍ이일호ㆍ정대현, 류미제 등의 작품들이 관객과 만났다. 9월엔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학 서양과 교수인 김연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음악회도 수시로 열린다. 뉴욕필하모닉이 로컬공원이나 잔디밭에서 공연하는 모습에 착안해 야외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콘셉트로 잡았다.


곽 대표는 파머스가든을 영국의 큐가든처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품격있는 정원,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정원 더불어 미술 회화 조각작품을 같이 감상하면서 감동까지 줄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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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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