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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KBO가 주도하는 직장인야구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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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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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스포츠 기자로 일하기 전인 1980년대 초반 (주)농심에서 1년 반가량 직장생활을 했다. 타의에 의해 펜을 놓아야 했던 글쓴이에게 이 기간 그나마 즐거웠던 일은 야구였다. 1981년 봄 사내 몇몇 동호인이 뜻을 모아 만든 농심 야구부는 카키색 유니폼을 맞추고 서울 시내 학교를 돌아다니며 자체 연습 경기를 했다. 그리고 겁도 없이 코스모리그에 가맹했다. ‘겁도 없이’라는 표현을 쓴 까닭은 코스모리그가 코트라리그와 함께 1970년대에 이미 출발한 우리나라 직장 야구의 원조 격이기 때문이다. 참여 회사들은 대부분 상당한 수준의 경기력을 자랑했다. 우리 팀은 ‘선출(선수 출신)’이 한 명도 없는 100% 아마추어였다. 중·고교 시절 동네 야구 정도나 한 글쓴이가 기둥 투수였으니 경기 결과는 항상 불을 보듯 뻔했다.

어느 팀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팀에는 청량종합고등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한 왼손잡이 투수가 있었다. 리그를 하다 보니 그를 두어 차례 이상 만났다. 교묘한 투구에 선수단은 번번이 당했다. 그 무렵 직장 야구에는 왼손 투수가 많지 않았다. 구속마저 아마추어와 다르다 보니 우투좌타인 글쓴이는 가운데 직구만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빠른 공에 삼진으로 물러나기 일쑤였고 언제인가는 직구-체인지업 조합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신세대 팬들에게는 낯이 익지 않은 청량종고 야구부는 1960~70년대 서울 시내 고교 야구에서 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1965년 3월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시 춘계고교야구연맹전에서 A조 갑(甲)에는 청량종고 경동고 경기공고 선린상고 배문고 장충고가, A조 을(乙)에는 동대문상고 중앙고 성남고 휘문고 서울상고가, 전년도 성적을 고려해 전력이 떨어지는 B조에는 배명고 고명상고 성동고 동도공고 경희고 경기고 배재고가 편성됐다. 청량공고와 동대문상고, 배명고가 각 조 우승을 했다. 한국이 대회 사상 두 번째로 우승한 1971년 제9회 서울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때 대학생(경희대)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가 대표팀에 뽑힌 최주현이 대표적인 청량종고 출신이다.

코스모리그의 홈구장이었던 서울 우신고등학교 마운드를 오랜만에 떠올린 건 최근 몇몇 야구 관계자들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지난달 군산구장과 익산구장에서 열린 제1회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배 시도대항전국직장인야구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대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KBO가 주최하고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협회가 주관했다.

국내 직장 야구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프로가 탄생한 1980년대 이후 서서히 몰락한 실업 야구의 하락세와 대조적으로 전국적인 열기를 더해갔다. 자체적인 리그 경기는 물론 이런저런 전국 규모 대회도 열렸다. 그러나 일정 기간 이상 유지되는 대회는 거의 없었다. 전국적인 규모의 대회를 열 만한 대표성을 가진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사진=아시아경제 DB]

한국야구위원회(KBO)[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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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이 대회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대회 출전 자격 때문이다. 각 시도를 대표해 16개 팀이 출전한 이번 대회 규정에는 ‘모두 단일 직장인 팀으로 해당 기업의 정식 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프로 및 아마추어 야구 출신 선수가 소속된 경우에도 선수 수에 제한 없이 출전이 가능하다’고 선수 자격이 명시돼 있다. ‘선출’을 무제한으로 인정하되 해당 기업의 정식 직원이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야구도 하고 직장 생활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아마추어 선수 출신이 감독, 코치 포함 26명(고교 18명 대학 8명)이나 됐다고 한다. 프로 출신 선수도 있었다. 삼성 외야수 출신 최홍주가 감독으로 있는 부산 세종공업에서는 199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1996년까지 통산 21승을 거둔 투수 김태형이 뛰었다. 초대 챔피언이 된 전북 세아베스틸에는 프로 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이승엽, 홍성흔 등과 동기로 군산상고-건국대-상무 등을 거친 문용두가 있었다. 그는 대회 첫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지난달 25일 열린 2015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에는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예정자와 상무 경찰청 소속 선수 789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103명은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13.1%의 ‘취업률’이다. 프로야구 ‘취업률’은 오랜 기간 대체로 7~8%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NC와 kt의 창단이 이어지면서 4~5% 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그래도 여전히 고교 대학 졸업 선수 10명 가운데 8명 정도는 이르면 초등학교 3, 4학년 때 시작해 10년 이상 매달려 왔던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현실이다. 나아가 20대 초반에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에도 직면하게 된다.

지난 7월 도쿄돔에선 일본 사회인 야구의 최대 행사인 도시대항야구대회가 열렸다. 올해로 85회째를 맞은 대회에는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325개 팀이 출전했다. 이들은 4월과 5월 사이 1차 예선을 치렀고 6월 열린 2차 예선을 통해 196개 팀 가운데 본선에 나설 34개 팀을 가렸다. 도쿄를 대표하는 도쿄가스, 서관동(西關東)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바, 오사카를 대표하는 일본생명 그리고 전국 여러 곳에 팀이 있는 신일본제철 등은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일본 사회인 야구팀들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일본 대표팀은 지난해 도시대항대회와 또 하나의 전국 규모 대회인 사회인야구일본선수권대회(올해 40회)에서 활약한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KBO는 상당 기간 아마추어 야구계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30여년의 시간이 흘러 한국 야구를 대표하고 이끌어 가야 하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프로 야구 설계자들이 출범할 때 이름인 ‘한국프로야구위원회’를 곧바로 버리고 ‘한국야구위원회’로 개칭한 이유 역시 이 때문이 아닐까. 식사를 함께한 KBO 관계자는 KBO 총재배 시도대항전국직장인야구대회를 좀 더 조직화하고 체계화해야 한다는 글쓴이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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