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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파고든 KB국민은행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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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금융벨트, 현장을 가다…①KB국민은행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가에 자리잡은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본점의 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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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이상 국내시장에서 '제살깎아먹기'식의 출혈로는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저금리ㆍ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진출한 은행들이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이겨내고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KB국민, 신한, 우리 등 국내 11개 은행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영업점이 모두 150곳에 이른다. 이 중에서도 3분의 1 가량이 중국, 베트남, 홍콩 등 아시아지역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아시아 진출 비중이 높다. 이에 아시아경제신문은 총 5회에 걸쳐 <한국 금융의 '新DNA' 아시아 금융벨트 현장을 가다>라는 주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국내 은행들의 해외 활약상을 현장 취재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프놈펜(캄보디아)=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지난달 27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번화가 상카트 보응 라잉(Sangkat Boeung Raing) 거리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본점.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보러 나온 현지인들로 지점이 부산하다. 확 트인 1층 객장은 90년대 국민은행 서울 본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세련된 외부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조금은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 더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해 인테리어를 했다. 1층 출입구 쪽엔 입출금 거래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고, 바로 옆 신규ㆍ해약 창구에선 고객과의 상담이 한창 진행중이다. 1층 안쪽 공간에선 한국에서 파견나온 직원이 서울 본사로 보낼 여신 서류들을 심사하느라 분주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은 주로 외환과 여신 업무가, 3층은 향후 확장을 고려한 공간이 확보돼 있다.
보안이 취약한 탓에 캄보디아 현지 은행 지점에선 아직까지 직원과 고객 사이에 철창이나 유리벽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은 2009년 진출 초기부터 한국처럼 확 트인 창구를 만들었다. 친근하게 고객에게 다가가는 인상을 주고 서비스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입ㆍ출금만 30분 이상 걸리는 현지 은행들과 달리 대부분의 거래를 5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업무 처리 속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는 한 여성은 "한국에서 보낸 돈을 찾으려면 캄보디아 은행들은 송금 후 반나절 이상 걸리지만, 한국 은행은 1∼2시간 정도 후면 바로 인출 할 수 있다"며 "현지 은행보다 처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주변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 시중은행 37곳, 치열한 금융전쟁터 = 국민은행이 캄보디아에서 영업을 시작한 건 2009년 5월이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여러 은행들이 현지에 시장 조사를 나왔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 대부분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던 때다. 그도 그럴 것이 캄보디아는 아직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 남짓이고, 최저임금은 100달러에 불과하다. 한국의 1970년대와 비슷하다.

1975년 자국민 대량학살 사건인 '킬링필드'를 겪으면서 주변 나라에 비해 경제 발전이 뒤처진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경제 개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매년 6∼7%대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재우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장은 "아직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인접국인 베트남과 비교해 봐도 경제성장 초기 단계지만 그만큼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본점 내부 전경. 지난달 27일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은행 업무를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본점 내부 전경. 지난달 27일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은행 업무를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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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공장들이 하나 둘 넘어 오면서 그에 따른 인프라도 점차 갖춰나가고 있다. 최 법인장은 "시장 진입에 장벽이 없어 손쉽게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금융시장 경쟁도 베트남 못지 않게 치열해 졌다"며 "올해는 메이저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까지 진출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2년간 7곳이 늘어 프놈펜에서 영업중인 은행만 37곳이다. 여기에 순수하게 여신만 취급하는 스페셜라이즈드뱅크(Specialized Bank)가 9곳, 소액 대출을 담당하는 MFI(Microfinance)가 42곳이다.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3∼4년 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이 캄보디아 정부에 은행 인가를 더 이상 내주지 말 것을 권고했을 정도다.
최근엔 중국계 은행들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급성장 중이다. 공상은행(ICBC), 뱅크오브차이나(BoC)가 캄보디아 진출 2∼3년 만에 자산을 4억달러까지 키웠다. 2년전 12∼13%대였던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8∼9%대까지 뚝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캄보디아 금융권에선 로컬은행인 아클레다은행(ACLEDA BANK)의 규모가 가장 크다. 총 자산이 10억달러에 육박하고 매년 10% 안팎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캄보디아는 달러가 현지 통화라는 점도 매력이다. 김동수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 이사는 "캄보디아는 자국 통화인 리엘이 있지만 세금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달러가 사용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현지 통화를 달러로 바꿀 필요 없이 바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교육도 거래도 철저한 현지화 = 캄보디아는 교민의 숫자도 5000여명에 불과하고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제한적이라 국내은행들이 기댈 구석이 여의치 않다. 해외에 나가 있는 은행들이 현지에 진출한 기업인들을 상대로 펼치는 일반적인 영업 전략과 달리, 철저히 현지 영업으로 뿌리 내리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이 전체 직원 41명 중 4명을 제외하고 모두 현지인들로 채용한 것도 현지 공략에 승부를 걸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뚤꼭지점은 지점장까지도 현지인으로 채용했다. 은행을 이용하는 인구가 캄보디아 전체 인구(1500만명)의 10%도 채 안되지만, 국민은행을 찾는 고객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개점 후 5년간 8000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했다. 이 중 여신 고객 99%가 현지인들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캄보디아에 진출한 다른 금융사의 부러움도 사고 있다. 2012년 국민은행 캄보디아의 당기순이익이 154만5000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었을 정도로 실적도 양호하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건너가 돈을 벌고 있는 이른바 '송출노동자'도 은행의 큰 수익원 중 하나다. 2만5000∼3만명 정도 되는 이들이 급여를 자국으로 보내는 송금 수수료가 은행 수익으로는 꽤 짭짭하다. 은행 직원들의 인건비를 커버할 정도다.

▲최재우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장이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재우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장이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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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으로 끊임없이 관리해 온 인력 육성을 꼽을 수 있다. 최 법인장은 "현지화에 성공하려면 국민은행에 대한 로열티를 갖춘 전문 금융인력들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직원들을 상대로 철저한 교육을 시켰다. 특히 뇌물이 일상적 문화라고 할 정도로 윤리의식이 부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직원 채용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심사팀장 1명을 뽑는데, 50명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 했을 정도다.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남달랐다. 서울 본사에 여신ㆍ수신ㆍ외환 등 3개 분야 교재를 영어로 번역해 달라고 요구해 현지 직원들에게 수시로 교육하고 있다.

현지화에 성공하기까지 난관도 적지 않았다. 캄보디아는 낙후된 금융인프라 탓에 위험 부담이 큰 신용대출 보다는 주로 담보대출에 의존한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진출 초기 공격적으로 실행했던 대출에서 최근 부실이 일부 발견됐다. 100% 담보를 설정해 두긴 했지만, 지역 특성상 법적 절차가 까다로워 회수 작업이 더뎠다. 본사에서 파견된 은행 직원들이 대출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올해는 영업보다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법인장은 "국민은행의 해외 지점중에서 현지 영업을 하는 곳은 캄보디아가 유일하다"며 "앞으로 국민은행이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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