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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땅치고 후회할 일' 없는 땅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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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1867년 3월30일 세계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땅 거래가 이뤄졌다. 러시아는 이날 160만㎢에 달하는 알래스카 땅을 미국에 단돈 720만달러에 팔았다. 720만달러는 우리 돈 73억원(현재 환율)에 불과한 금액이다. 당시 화폐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억∼2억달러로 추정된다.

알래스카는 한반도 면적의 7배, 대한민국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이다. 크림전쟁으로 재정이 파탄난 러시아 정부는 쓸모없는 얼음덩어리 땅을 처분, 부족한 정부금고를 채웠다. 당시 러시아 내 평가는 '잘 팔았다'였다.
얼음 땅을 매입한 미국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본토와 멀리 떨어져 있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얼음덩어리를 샀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30년 후 두 국가의 반응은 180도로 바뀌었다. 얼음덩어리 밑에서 금이 발견된 것이다.

어디 금뿐인가. 석유와 구리, 천연가스, 석탄, 철광석 등 알래스카 땅밑은 말 그대로 천연자원의 창고였다. 수조달러 아니 그 이상의 가치가 얼음 밑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미운 오리새끼나 다름없던 알래스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하자 미국 정부는 1959년 알래스카를 49번째 주로 승격시켰다. 미국 땅이 된 지 92년 만이다.

알래스카는 최근에는 빙하와 오로라 등 관광자원까지 갖춘 땅으로 또다시 거듭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알래스카는 횡재한 땅이다. 반면 러시아 입장에선 땅을 치고 후회한 부동산 거래였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축구장 12배(7만9342㎡)에 달하는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매각한다. 감정가는 3조3346억원. 경쟁이 과열될 경우 땅값은 4조원을 넘어 5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는 입장인 한전은 경쟁이 과열되면 될수록 즐거운 일이다.

이와 달리 매입자는 흥행이 되면 될수록 부담이다. 땅값에 개발비용까지 리스크가 너무 크다.

땅값에 개발비용까지 10조원이 넘는 돈을 넣어야 한다는 전망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일각에선 10년간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한전부지 개발사업이 2조원가량의 적자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땅 매수자를 일순간 거덜 나게 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계다. 2조원 적자 분석에 대해 또 다른 일각에선 낙찰가를 낮추겠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의도된 언론플레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쩐쟁(錢爭)'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유찰되지 않는다면 이 땅의 새로운 주인은 오는 18일 결정된다.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새 주인이 될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삼성그룹이 승자가 될지, 아니면 제3의 누군가가 한전 부지에 등기를 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땅 거래후 러시아처럼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 부지 매각이 내수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입찰 당사자들은 좀 더 차분하고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영신 기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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