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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에볼라 영웅…이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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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다 끝내 유명 달리한 서아프리카 전문가들

▲에볼라와 싸우다 숨진 서아프리카의 영웅들. 모하메드, 앨리스, 칸, 알렉스,엠발루(왼쪽부터).[사진제공=사이언스]

▲에볼라와 싸우다 숨진 서아프리카의 영웅들. 모하메드, 앨리스, 칸, 알렉스,엠발루(왼쪽부터).[사진제공=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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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이들을 기억하라!"

에볼라 바이러스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최근 에볼라 치료에 나섰던 서아프리카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가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주위를 슬프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숨진 이들 중에는 28일(현지 시간) 사이언스지에 2014년 에볼라 발병(논문명 Genomic surveillance elucidates Ebola virus origin and transmission during the 2014 outbreak)과 관련된 논문의 공동저자여서 안타까움은 더 크다.
이들은 논문이 발표되기 이전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시에라리온의 케네마국립병원(KGH)에서는 에볼라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모으고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이를 통해 에볼라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유전적 특징을 분석했다. 이들은 에볼라 환자들을 돌보면서 연구를 진행하다 자신들이 감염돼 논문이 발표되기 전에 숨지는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

사이언스는 28일(현지 시간) 이들 다섯 명의 공동 저자에 대해 소개하고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엠발루 포니(Mbalu Fonnie)= 자격증을 지닌 간호사이다. 케네마국립병원의 수간호사였다. 30년 동안 '라사열' 대한 전문가로 활동했다. 라사열 또한 에볼라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역시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하는 질병이다.
엠발루 간호사는 시에라리온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고 질병통제방어센터에서 시작된 라사열 연구에 참여했다. 병원 동료들은 "그녀는 전체 스태프의 어머니였다"고 말했다. 엠발루는 임신한 동료 간호사가 에볼라에 걸렸는데 이를 치료하고 돌보다 자신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알렉스 모이그보이(Alex Moigboi)= 알렉스는 공인 간호사이다. 알렉스는 10년 동안 라사열 환자를 돌보면서 활동했다. 알렉스 또한 에볼라에 감염된 동료를 돌보다 에볼라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알렉스를 잘 아는 동료들은 "그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잘 했고 유머 감각으로 모든 사람을 언제나 즐겁게 했다"며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는 일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앨리스 코보마(Alice Kovoma)= 앨리스는 엠발루 포니와 함께 임신한 동료를 돌보다 에볼라에 감염되고 말았다. 앨리스는 6년 동안 같은 병원에서 일했고 섬세하고 환자를 돌보는 데 열정적 모습을 보여준 '훌륭한 간호사'로 기억되고 있다.

◆모하메드 풀라(Mohamed Fullah)= 모하메드는 각종 질병 연구를 도와주는 실험실의 기술자였다. 시에라리온의 한 대학에서 10년 동안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서 라사열이 창궐하자 6년 동안 라사열 실험실에서 열정을 쏟았다. 모하메드는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동료들은 "기술자로, 과학자로서 모하메드는 매우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고 기억했다. 모하메드 친척들이 에볼라에 감염돼 모두 잃는 슬픔을 겪었고 그도 이들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크 후마르 칸(Sheik Humarr Khan)= 칸은 시에라리온에서 라사열 프로그램의 책임자였다. 라사열과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루는 전문가였다. 시에라리온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아프리카의 전염병에 대해 집중 연구하는 센터에서 일했다. 10년 동안 라사열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에볼라로 숨지는 순간까지 그는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대응에 대한 대비책을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시에라리온의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Ernest Bai Koroma) 대통령은 그를 두고 '국민적 영웅'이라고 지칭했다. 그의 죽음 이후 임시 에볼라 치료제인 '지맵(ZMapp)'을 처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동료들은 "그의 용기, 열정은 언제나 우리를 행복하게 했고 그의 웃음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 9개월 뒤에 에볼라 바이러스로 2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WHO는 이번 사태에서 '뒷북 정책'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사태가 빠르게 확산되자 그때서야 '방역체계에 나서겠다' '임시 약을 처방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전 세계 제약업체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 에볼라 치료제는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 만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서방세계와는 관련 없는 서아프리카 등 특정 지역에서만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다 보니 '돈이 되지 않는다'는 자본논리에만 빠져 방기한 측면에 크다.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지구촌이 지금 불안에 떨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서방 세계의 적극적 지원 없이 최선을 다해 에볼라와 싸우다 끝내 유명을 달리한 이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고 가슴 속에 새겨야 한다. 과학은 인류의 행복과 인류의 도전을 위해 존재한다. 에볼라는 지금 인류에게 도전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과학이 '자본의 논리'에만 빠져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천박한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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