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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구본찬, '금빛 과녁'은 신중하게

최종수정 2014.08.22 11:19 기사입력 2014.08.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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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찬[사진=김현민 기자]

구본찬[사진=김현민 기자]


[태릉=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저 백인 형, 코 작살나게 높네. 완전 멋지다."

경남 사투리 리듬이 섞인 감탄에 남자 양궁 리커브 대표팀이 피식 웃었다. 그대로 녹아내린 긴장. 모두 과녁에 집중해 단체전 우승을 일궜다. 특히 사투리의 주인공 구본찬(21ㆍ안동대)이 제 몫 이상을 했다. 처음 나간 세계대회에도 신예답지 않은 안정감으로 슛오프 연장 승리를 이끌었다. "5월 19일 콜롬비아 메데린,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사실 엄청 긴장했거든요. 경주 멋쟁이가 세계양궁연맹(WA) 월드컵 결승 무대에 오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의 부모도 믿지 않았다. 십여 년 전 아들은 용황초 양궁부 코치에게 간식과 용돈 천 원씩을 받는 재미로 양궁을 배웠다. 계속 활을 잡고 싶다고 했을 때 그들은 몇 번을 되물었다. "네가? 네가 양궁을 한다고? 택도 없는 소리." 구본찬은 신중을 요구하는 양궁과 얼핏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발랄하고 개성이 넘친다. 사대 밖에서 늘 선배들에게 재밌는 얘기를 늘어놓으며 싱글벙글 웃는다. 경기 전에는 오른쪽으로 완전히 넘긴 머리 스타일을 바쁘게 정돈한다. "괜찮지 않아요? 서울 와서 꽤 신경 쓴 건데."

장영술(54)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성격이 쾌활하고 긍정적이다. 밝고 명랑해 징크스가 붙지 않을 궁사"라고 했다. 구본찬은 그 긍정의 힘으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양궁대표팀에 발탁됐다. 메이저대회 출전 경험이 없어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양궁 선수들 사이에서는 맞붙기 까다로운 선수로 꼽힌 지 오래다. 지난해 국가대표 2진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땄다.

구본찬[사진=김현민 기자]

구본찬[사진=김현민 기자]


1진에 합류하지는 못했다. 간발차로 기회를 놓쳤다. "일주일 동안 활을 잡지 않았어요. 충격이 너무 컸거든요. 그런데 푹 쉬니까 몸이 간지럽더라고요. 뭘 해도 될 것 같더라고요." 올해 입지는 크게 달라졌다. 간판스타 오진혁(33ㆍ현대제철)에 이어 2위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롤 모델 진혁이 형과 함께 뛴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옆에서 형이 활을 쏘는 게 그저 신기합니다."
김우진(22ㆍ청주시청) 등 경험 많은 선배들과 함께 경기하며 기량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2차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고, 3차 월드컵에서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끝난 아시아그랑프리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는 난적 인도를 6-0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야간경기의 조명이 무척 강했는데 진혁이 형이 사대에 오르기 전 '활을 쏘지 않을 때는 땅만 봐'라고 하더라고요. 그대로 해서 시야의 어려움을 이길 수 있었죠."

그들도 이제는 경쟁의 대상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국가대표 네 명 중 두 명은 예선라운드 결과에 따라 본선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못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특정 국가의 메달 독식을 막으려고 개인전 출전자를 국가당 두 명으로 제한한 까닭. 단체전도 세 명만 참가할 수 있어 경쟁에서 밀리는 한 명은 출전을 포기해야 한다.

양궁 남자 리커브대표팀. 왼쪽부터 이승윤, 오진혁, 구본찬, 김우진[사진=김현민 기자]

양궁 남자 리커브대표팀. 왼쪽부터 이승윤, 오진혁, 구본찬, 김우진[사진=김현민 기자]


구본찬은 개의치 않는다. "대회 규정이 그렇다면 따라야하지 않겠어요. 어찌됐든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 목표에 힘을 최대한 보태는 것이 내 몫입니다."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시 사대로 향하는 발랄한 궁사. 이를 바라보던 장 감독이 활짝 웃는다. "어제도 240점 만점에 237점 쐈어. 정말 물건이라니까. 물건."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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