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수 금천구청장, 시간 나는대로 비서도 없이 지하 단칸방에 사는 홀몸어르신들 찾아 그들의 애로사항 등 들어 지역 어르신들 그를 '작은 예수님'으로 칭해...차 구청장은 어려운 어르신들 지상으로 올라와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맞춤형 원룸주택 건립, 10월 입주 예정 화제
차 구청장이 노인회 행사 등에 참석하면 어르신들이 그를 그렇게 부른 경우가 많다.
그는 지역 어르신들을 부모님 대하듯 진정으로 대한 '효자 구청장'으로 정평 나 있다.
차 구청장은 지금은 건립된 지 100년 넘은 시흥교회 담임목사 아들로 이 곳에서 대학까지 지낸 금천토박이다.
또 부인과 사이에 아들이 있음에도 어려운 환경의 어린 세 딸을 입양해 바르게 성장시키고 있어 주위에서 ‘작은 예수’로 불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차 구청장은 힘든 일이 있어도 아이들과 어르신들 보면 얼굴에 활기가 돌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차 구청장은 바쁜 일정속에서도 비서도 대동하지 않고 지하 단칸방에 어렵게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홀몸어르신들을 수시로 찾아 그 분들의 살아온 얘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환기도 안되는 반지하의 침침한 방에서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차 구청장은 이들을 찾아 손을 맞잡고 얘기를 듣기를 좋아한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어느 구청장도 누추한 집을 찾아온 일이 결코 없었다며 밝게 웃는다.
차 구청장이 이처럼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는 것은 바로 힘 없고 기댈 곳 없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야 겠다는 나름의 신념 때문이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 분들의 살아온 인생을 30여분 듣다보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다”며 “손을 잡아보면 그분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며 햇볕도 들어오지 않은 지하방에서 인생 말년을 보내는 것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이때문에 지역 어르신들은 그를 '낮은 곳을 찾은 예수님'을 빗대 '작은 예수님'으로 표현한지 모르겠다.
이들은 평균 350만원 보증금에 월 17만~20만원 정도를 내고 살고 있다.
정부로부터 매월 43만원 정도 기초생활급여를 받으면 월 임대료로 절반을 내고 약값 등으로 쓰면 난방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다.
상상을 초월한 이런 장면을 수 없이 목격한 차 구청장에게 커다른 고민이 생겼다.
과연 이 어르신들에게 기본적인 인간적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골똘히 생각하게 했다.
그런 결과 ‘홀몸어르신 맞춤형 원룸주택’ 건설 계획안을 도출해 냈다.
14~50 ㎡ 규모의 작은 방을 마련해 함께 살 수 있게 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인 원룸을 지어 제공하면 함께 얘기도 하면서 밥을 짓고 세탁도 하고 텃밭도 가꾸면서 노후를 따듯하게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때부터 차 구청장의 작업이 시작됐다. 복지비 비중이 50%를 넘어가는 자치구 입장으로서는 사업비인 15억~20억원 정도를 마련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서울시를 설득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시에 ‘홀몸어르신 맞춤형 원룸주택 건설안’을 제안에 들어갔다.
차 구청장의 진심어린 계획안을 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혀 사업 추진은 속도를 냈다.
그러나 막상 원룸을 지을 건설사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12개 서울시 건설사회적기업이 21개 필지를 돌며 사업성을 검토했으나 결국 투자성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갈 땐 차 구청장도 힘이 빠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 없는 것.
영등포 소재 예비건설사회적기업인 아이부키를 2달간 설득하고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인 소셜하우징 융자 사업을 노크해 결국 사업 추진을 해낼 수 있었다.
지난해 연말 금천구 독산2동에 토지 매입을 한 후 올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10월말이면 지상 6층, 16가구 규모의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원룸임대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금천구는 9월 경 입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16가구에 들어가 살 어르신들을 모집할 계획이다.
구는 3억원 규모의 주민생활지원기금도 마련, 이들 어르신들이 많지 않은 보증금과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공공원룸임대주택에는 공동취사와 빨래 돌봄 등 공용 공간 2실, 어르신들 보행편의를 위한 엘리베이터, 태양광, 옥상텃밭 등이 들어선다.
그러면 외로운 어르신들이 함께 얘기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룸이 건립되면 간호사나 금천구 복지 지원체계인 통통희망나래단 자원봉사단원들이 이 곳에서 다양한 어르신 케어 프로그램도 운영할 것이다.
게다가 필로티로 건축된 건물 1층에는 외부 임대를 위한 주차장 8면이 들어서 주변 주택가 주차난 해소에도 도움을 주는 등 여러 가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요즘 동네 주차장 1면을 만드는데 약 1억원 정도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8억원 효과도 보게 됐다.
금천구는 이번 시범 사업을 마치는대로 2호 사업도 추진하는 계획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성수 구청장은 “노노케어를 통한 고독사 방지, 공동취사 등 공간 공유, 공동거주에 따른 복지서비스 효율화, 노후불량주택 개선, 마을주차장 확충 등 1석 5조 효과로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복지마을 공동체가 조성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서울시, SH공사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원룸주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이 금천구는 물론 서울시 전체 자치구로 확산돼 어려운 어르신들이 노년을 활짝 웃으며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