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耳鳴 앓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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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사격·비행 소음에 귀 안들리고 '윙윙'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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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누구나 처음엔 그래." 5년 전 경기도 양주의 한 부대에서 이등병으로 복무하던 유재현(26)씨가 소대장에게 "귀가 먹먹하고 안 들린다"고 말하자 돌아온 답이다. 유씨는 꾀병처럼 보일까 걱정돼 입을 닫았다. 81mm 박격포병으로 소음에 노출됐던 유씨는 입대 1년 뒤 이명·난청 진단을 받았다. 잠을 설치거나 의사소통에 불편하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전역 후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 나타났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대기업 입사 시험에도 합격했지만 신체검사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명·난청으로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것.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그는 보상은커녕 진료비를 면제받는 '공상(公傷)' 인정도 받지 못했다.

군 복무기간에 포격·사격·비행 소음으로 이명과 난청을 얻은 피해자들이 방치되고 있다. 22일 군 인권피해자 연대가 국가보훈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낸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명·난청 신청자 중 84.2%가 공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공상은 진료 시 병원비를 면제받는다. 공상으로 인정된 경우라도 피해 보상을 받은 건 5%에 불과했다.
이명은 귀가 잘 안 들릴 뿐 아니라 "윙윙"소리가 나는 등 어지러움증을 동반하는 증상으로 과도한 소음·스트레스 탓에 발병한다. 포격소음에 노출되기 쉬운 군인에게 생기는 대표적 직업병이다.

해마다 군 전역자 중 약 600여명이 이명·난청으로 공상 인정을 해 달라고 하지만 최근 5년간 신청자 3170명 중 502명만 받아들여졌다. 심사 절차가 공상 인정을 받기에 매우 어렵게 돼 있기 때문이다. 군측에서 하는 난청 검사방법은 저주파영역(500·1000·2000㎐)에 한정돼 고주파영역(4000㎐)에서 특징적으로 난청이 나타나는 이명환자를 잡아내기 어렵다. 난청환자의 경우에도 국가유공자 등록을 하려면 한쪽 귀 청력역치가 산재보상기준인 40㏈보다 높은 50㏈ 이상이어야 인정받는다.

게다가 2000년대 이전에 전역한 피해자의 경우 군병원 진료기록이 보존돼 있지 않아 더욱 증상 입증에 제약이 되고 있다. 군병원의 관련 의료기록은 2004년에야 영구보존하도록 조치됐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이명 증상의 특성에 대한 고려도 크게 부족하다. 이명 증상은 입증부터가 어렵다. 국제적으로도 정확한 검사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정이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은 이 같은 질병의 특성을 감안해 심사기준을 완화해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이명·난청을 군인의 직업병으로 인식, 보상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미국, 호주 등에서는 이명과 난청을 분리해 난청이 없이 이명 증상만 있더라도 직업병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군은 이명환자에 대해 난청이 반드시 동반됐을 때에만 공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 입증책임도 많은 외국에선 피해자만의 부담이 아니지만 한국에선 거의 모두 피해자의 몫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이민석 군이명피해자연대 사무총장은 심사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 제39조 제2항 '병역의무 이행으로 불이익이 되는 처우를 받지 아니할 권리' 등이 그 근거다.

보상당국은 "내년부터 군 이명피해자 역학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지만 이마저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광호 군 이명피해자연대 대표는 "군대가 군 이명피해자를 양산하는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피해자가 많지만 당국이 피해자에 거의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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