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당신이 서 있는 땅 밑은 안전하십니까?"

최종수정 2014.08.22 09:35 기사입력 2014.08.20 11:20

댓글쓰기

'땜질 처방' 서울시에 근본적 대책 마련 촉구 목소리 높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유제훈 기자]

"서울 지하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최근 서울 곳곳에서 땅이 꺼지는 '싱크홀'이 발견되면서 시민들은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땅 속이 안전한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지하공간 전체에 대한 안전성 조사 등 근본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8월초까지 5년간 서울지역 도로구간에서 발견된 싱크홀은 모두 14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2년7개월간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모두 53건에 달했다.

도로위의 싱크홀 보수작업

도로위의 싱크홀 보수작업



싱크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먼저 '지하수 유실'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땅 속이 꽉 찼을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지하공간에는 수많은 물길이 형성돼 있다. 이 지하물길에는 빗물 등으로 유입된 지하수가 흐르면서 빈 공간을 채워 지면을 든든히 지지해주는 역할을 해 낸다. 그러나 지상에 건물이 들어서고 보도블럭ㆍ아스팔트가 깔리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하물길로 유입되는 빗물 등의 양이 이들에 의해 크게 감소하면서 지하수가 가지는 지지력 역시 약화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될 경우 지하에 생긴 공동이 무너지면서 '싱크홀'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 시 물관리정책과에 따르면 지난 1960년대 7.7%에 불과했던 서울시내 도로포장률은 2010년 기준으로 약 47%로 크게 높아졌다. 사실상 서울시내 도로의 절반 가량에 적절한 지하수 유입이 어려워진 만큼 앞으로도 싱크홀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1970~80년대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 '난개발'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도시개발계획 대신 개별 택지지구 중심의 파편화된 도시개발이 계속되다 보니 지하공간에 대한 대응 역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70년대 강남개발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면서 지하철, 하수관 등 도시 인프라가 계획없이 얽히고설켜 지하공간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지하수 고갈 현상으로 인해 싱크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폭 80m가량의 거대한 싱크홀이 여러군데 발생한 잠실 일대는 전형적인 '퇴적층' 지대여서 지반이 무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난개발ㆍ지하수 고갈은 앞으로도 더 많은 싱크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싱크홀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의 지질상태를 나타내는 지질도(地質圖)를 더욱 세밀하게 해 '재난지도'를 만들고 지하수 확충을 위해 도로에 투수(透水)포장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통합 컨트롤 센터 구축ㆍ도시안전 관련 전문 인력 확충 등도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에 난 싱크홀

도로에 난 싱크홀



하지만 시의 움직임은 둔하기만 하다. 시는 지난 2월 '물 순환 회복 및 저영향 평가 기본조례'를 제정해 본격적인 지하수 및 지하공간 관리에 돌입했지만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또 다음 주 중 싱크홀 관련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싱크홀과 관련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경우 지질이 단단한 경암으로 구성돼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집값 하락 때문에 문제가 더욱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도 있고, 경제 논리ㆍ안전 문제 등 여러가지 의견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가 지하철 공사 현장 등 다른 취약 지역에 대한 조사는 물론 서울 전 지역의 지질 구조 및 현재 상태 등을 전수 조사해 데이터화하는 등 종합적인 실태 조사 및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도심 안전을 확보하려면 땅밑 지도부터 만들어 실시간 재난관리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수익'에 맞춰져 있던 도시개발계획의 목적을 '공익'으로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재헌 교수는 "공간은 공익적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서울의 도시개발은 경제논리ㆍ이윤에만 매몰돼 공공영역은 방치돼 있었다"며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준 교훈 처럼 한국사회가 이제는 성장 위주에서 '안전' 위주의 패러다임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곤 교수는 "싱크홀 사태는 근본적으로 지반특성도 모른 채 무계획적인 개발에만 몰두했던 우리 사회의 적폐가 드러난 것"이라며 "지금 싱크홀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지질구조ㆍ싱크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베이스부터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데이터 구축은 단기간 내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1000만 서울시민들에게 솔직히 실상을 털어놓고, 시민과 함께하는 재난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