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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만난 윤지충 후손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듯"

최종수정 2015.08.17 17:47 기사입력 201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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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성지를 찾은 교황(맨 오른쪽)

서소문성지를 찾은 교황(맨 오른쪽)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개인적으로 일생에 없을 것 같은 영광이다. 정말 축복받았다. 너무나도 편하시고 인자하신 분이다. 마치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시복미사에 앞서 서소문 공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윤재석(54, 바오로)씨는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이번에 복자로 추대된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의 8대 후손이다. 전라도 진산 출신인 윤지충은 정조 15년(1719년) 신해박해로 첫 순교한 한국인이다. 임금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성을 목숨보다도 중시하던 당시, 그는 1790년 베이징의 구베아 주교가 조선교회 제사 금지령을 내리자 신주를 불사르고 모친상을 천주교식으로 치렀다가 체포령을 내려지자 자수했다.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이날 오전 8시 50분 교황은 검정 쏘울을 타고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에 도착했다. 이미 한 시간전 부터 성지에는 500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있었다. 교황을 맞는 공간 좌석 앞줄에는 순교자의 후손들이 앉아 있었다. 참석자들은 '비바 파파!'를 외치며 교황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곤 했다.

교황은 도착 후 성지 순교탑을 정면으로 한 제대 앞에서 두 손을 깍지 낀 채 가슴 아래로 모으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1분여 정도 기도를 올렸다. 순교탑에는 ‘복되어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이란 성경 구절과 순교자 명단도 새겨져 있다.

이어 교황이 라틴어로 "싯 노멘 도미니 베네딕뚬(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라고 강복을 시작했다. 강복기도문을 낭독한 후 걸어 나온 교황은 순교자 후손들 약 10명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교황의 손에 입을 맞추고, 우는 신자들이 있었다. 교황은 아이를 안고 선 이들이 보이면 여지없이 아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축복했다. 그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천천히 신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신자들은 모두들 교황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휴대폰을 높이 들었다.
이날 모인 이들은 어린이와 청소년 60여명을 포함해 500여명이다. 모두 서소문순교성지를 특별히 사랑하고 가꾸는 이들, 이곳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태어난 지 100일을 맞이한 영아부터 8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본당 신자들과 서소문 주변에서 생활하는 이들, 즉 지역주민들과 이 지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 수험생들, 중구청 직원 등 서소문 성지 개발 관계자들 등이 초대했다.

서소문공원을 관리하는 중림동 약현성당 이준성 주임신부는 "교황님 방문으로 잊혀진 서소문 성지가 재조명 받고, 이곳에서 순교하신 분들의 순교정신이 드러나는 계기가 돼 기쁘다"며 "숭례문부터 북악재로 이어지는 한양 성곽의 흔적이 거의 사라졌다. 이곳은 한양 성곽과 연결된 곳이라 순교 성지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성곽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도 서소문 성지의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다산 정약용의 직계 종손인 정호영(56)씨는 "'정약종'이란 순교자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옛날에 집안에서 금기였다. 집안 족보에 이름이 등장한 건 1961년부터다. 1870년에 만들어진 족보가 있는데, 거기에도 정약전 다음에 정약용으로 돼 있다"라며 "중간에 있는 ‘정약종’이 빠져 있다. 순교자 정약종은 이곳에서 아들 정하상과 함께 참수 당했다. 교황님은 유쾌하면서, 동시에 진지한 분이다. 대단한 내공이다. 참 원칙을 중시하고 지키시는 분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순교자 정약종의 후손은 끊긴 상태로, 이날 교황과의 만남에 정씨가 참석했다.

천주교 선구자 이승훈의 후손인 이태석 신부는 "교황님께서 이곳을 찾은 것은 천주교 전래 초기에 순교하신 분들, 당신들의 수고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 본다"며 "순교자들은 천주교가 이 땅에서 성장하게 했던 밀알이었다. 씨앗이었다. 당신의 고생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겸손하시고, 자신을 낮추시는 분이라 참 좋다"고 얘기했다.

아르헨티나 출생으로 약현성당 신자인 야니(안나 마리아여, 61)씨는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교황)님은 아주 인기가 많다"며 "늘 자신을 낮추고, 가난한 사람들을 품어서 좋다. 한국에 와서 교황님을 뵙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18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서소문공원에서 교황에게 꽃바구니를 준 화동 최윤재(13·안젤라) 양은 "오늘 교황님께 꽃바구니를 드린 일은 꼭 일기에 써야겠다.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이라고 했다.

한편 윤지충 바오로를 포함해 이번에 시복된 124위는 한국 천주교 초기에 활동했던 인물들로 신해박해(1791)부터 병인박해(1866)에 순교한 이들이다. 지역별로는 한양(서울) 38위, 경상도 29위, 전라도 24위, 충청도 18위, 경기도 12위, 강원도 3위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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