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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한복 입은 성모·세월호 배지 단 교황 미사 공동 '집전'

최종수정 2014.08.19 08:19 기사입력 2014.08.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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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프란치스코 방한 이틀째인 1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5만여 신도가 운집한 가운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비바 ! 파파 !'(교황 만세)를 연호하는 신도들의함성이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수놓았다. 행사장 표정을 살펴 본다.

◇ 교황 KTX로 대전 방문 =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행사에 KTX로 이동, 9시30분께 대전역에 도착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초 지방 행사장 이동은 전용헬기를 이용키로 한 탓에 여러 설들이 난무했다. 그러나 교황방한위원회는 날씨를 감안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교황방한위는 "성모승천 대축일 오전, 도착지인 대전의 기상상태가 구름 많고 바람이 세기 때문에 기존 헬기 이용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에 "여러 상황에 따라 KTX이용도 계획안 중 하나로 마련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예정 시간을 30여분 앞두고 KTX로 대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러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교황께서는 평소 사람들과 접촉하며 소통과 대화를 즐기는 성품이어서 이런 뜻도 반영, 열차 이동을 하게 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방한위는 "굳이 헬기냐 열차냐 이런 부분에 큰 의미를 두지 말고, 교황의 메시지에 주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거수 일투족에 지나치게 선정적인 관심이 쏠릴 경우 교황 행사의 본뜻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행사장 열기, '비바! 파파!' 떼창 = 10시 조금 넘어 교황이 탄 소형차가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자 경기장 일대는 '비바 !파파 !' 등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 이후 가장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행사에 참사한 신도들은 '비바 파파'외에도 "교황님 사랑합니다" 등 다양한 구호를 외치며 교황 방문을 환영했다.
행사장 안팎에서는 태극기와 손수건을 흔드는 사람들로 물결을 이루고 파도타기 환영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이에 따라 대전 월드컵경기장은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큰 함성과 환호,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찼다. 교황은 카 퍼레이드로 제단을 향해 이동하던 중 잠시 멈춰 어린 아이의 볼을 감싸고 이마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비바 파파'를 떼창할 때는 경기장 전체가 울렁일 지경이었다.

신도들은 "교황님을 이땅에 보내주심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복음 선구자가 되겠다"고 기도하기도 했으며 일부 신도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나와 5만석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교황을 만났다는 설렘과 기쁨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 한복 입은 성모상 = '성모승천대축일'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제단 안에 설치된 조각상 하나가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형상화한 조각상이다. 성모상은 일반적인 평균 여성 크기이나 1m 높이의 받침대에 올려져 있어 미사가 진행되는 제단을 지키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성모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길다란 비녀를 꼽고 있으며 어린 아기를 가슴팎에 꼬옥 끌어 안고 있다었. 성모는 전국 성당 여기저기에 놓여진 성모상 속 서구적인 얼굴과는 달리 한국적 미인상을 하고 있었다. 한복과 비녀를 꼽은 한국적인 성모상은 여느 어머니처럼 모성 가득하고 그윽한 표정으로 아기를 내려다 봤다. 한 참석자는 "마치 미사를 집전하며 모든 이에게 은총을 주는 듯 했다"고 전했다.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의와 왕관도 5만여 신자의 눈길을 끌었다. 교황이 입은 흰색 제의 앞면에는 성모님을 의미하는 Ave Maria의 첫 글자 A와 M이 새겨져 있고, 왕관 주위에는 세 비둘기 형상이 표현됐다.

제의 뒷면에 세 송이의 백합이 수놓여 있다. 이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신 삼위일체 하느님께 티 없이 깨끗하게 자신을 봉헌하신 성모님의 순결을 상징하고, 양 옆의 세로줄들은 성모님을 통해서 세상에 내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상징했다. 이번 제의는 대전교구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에서 제작했다. 모두 14벌이다. 이 중 교황의 제의는 두 벌로, 흰색 실크 소재의 천으로 만들어졌고, 8명의 수녀가 4개월 동안 모든 제작과정을 한땀 한땀 정성들여 손으로 만들었다. 천이 얇아 수를 놓는데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유가족이 건넨 배치 달고 집전= 교황은 미사동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준 배지를 달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이 배지는 미사 직전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 면담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은 이날 미사 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 학생 36명이 오늘 미사에 참석했고 이 중 10명이 교황님을 기다리고 있다가 미사 직전 제의실(祭衣室)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와 국회가 특별법 제정에 힘써 줄 것과 단식중인 세월호 희생 학생의 아버지를 광화문 미사 때 안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가족들의 요청을 수용하는 뜻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떡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산에서 대전까지 900㎞가량 십자가를 메고 걸어온 희생자 아버지 김학일 씨도"제의실에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과 함께 미사를 집전해 달라"고 교황에게 부탁했고 이 또한 교황이 승낙했다.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주문에도 "기억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과 함께 교황을 면담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2명도 영어와 스페인어로 쓴 편지를 전달했다. 유가족은 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달라는 뜻에서 교황에게 노란 리본을 선물했다. 교황은 면담 이후 진행된 미사에 유가족이 준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나와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했다.

세월호 대책위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교황과의 면담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미사 때 교황님이 리본을 달고 나와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한편 교황은 삼종기도 및 강론에서 여러 차례 세월호를 언급하며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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