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맞아 국내 천주교 230년史 …서소문·동소문 별곡전
순교지 서소문 일대 자취 담은 유물 400점도 전시
◆가장 많은 성인을 배출한 성지 '서소문'= 박물관 1층 전시관에서 만나는 '서소문 별곡' 전에서는 1800년대 천주교 박해기에 수많은 순교자가 참형 당했던 서소문 밖을 무대로 천주교의 탄생, 박해와 순교, 신앙자유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조망하고 있다.
조선사회의 천주교인들은 중국에서 수입된 서학서를 통해 자발적으로 교리를 연구하고,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정조의 죽음 직후 신유박해(1801년 ),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를 거치며 수많은 신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서소문 밖 네거리는 번잡한 상업중심지이기도 했지만 조선의 공식 사형장으로, 지난 1984년 추앙된 103위 성인 가운데 44위를 배출한 국내 최대 성지였다.
전시장에선 서소문 밖 형장에서 능지처참을 당한 황사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신유박해의 전말과 그 대응책을 적어 중국의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려고 쓴 밀서인 '황사영 백서'다. "가로 62cm, 세로 38cm 크기의 비단에는 총 1만3311자에 달하는 글자가 씌어져 있다. 황사영의 부인은 정약용의 맏형인 정약현의 딸이었다. 이미 유배를 가 있었던 정약용을 비롯해 그의 형제들이나 자손들도 순교하거나 유배를 당했다. 이와 관련된 유물로 남양주 다산의 묘에서 발굴된 십자가와 한국 최초 천주교 신도회 회장을 지낸 정약종이 쓴 한글 대중교리서인 '주교 요지', 정약종의 아들 정하상이 천주교 교리의 정당성을 알리려고 쓴 '상재상서' 등 책들이 함께 비치돼 있다.
◆국내 최초 남자수도원이 설립된 혜화동 '동소문' = 서소문별곡 전시장 옆 '동소문 별곡'전에선 서울 백동(지금의 혜화동)에 독일의 성 베네딕도회가 건립한 백동수도원(1909~1927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 수도원은 한국 최초의 남자 수도회로 명동성당과 함께 큰 족적을 남긴 곳이다. 이곳 사제들은 화학과 물리 등 교본을 만들고 근대적인 기술교육과 사범교육을 실시했다. 현재 수도원 자리에는 가톨릭대학의 모태인 대신학교가 1945년 용산에서 이전됐고, 혜화동 성당과 동성학교가 들어섰다. 성 베네딕도회는 1920년 함경도와 북간도 지역을 관할하는 원산대목구를 맡게 된 뒤 혜화동을 떠나 덕원, 연길로 이전되다가 해방 후 공산당에 의해 폐쇄됐다. 이곳 수도자들은 당시 평양감옥 등에 끌려 다니며 강제노역 중 순교하거나 1954년 독일 본국으로 추방당했다. 이 중 일부 생존자들이 경상북도 칠곡군에 '왜관수도원'을 건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문의 02-724-0274.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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