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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해군력 증강 경쟁-⑪미국의 세가지 외교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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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미국 외교정책은 그동안 많은 과오를 범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여 10년간 수많은 재원과 인명을 희생시켰다. 그런데도 두 나라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리고 아시아 회귀, 중심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중국을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규정해 중·러 동맹에 근접하는 관계를 맺도록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폭격하면서 개입했다. 미국은 계속해서 ‘전략적 과오’를 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바마 일본 방문 (출처: 일본방송 캡쳐)

▲오바마 일본 방문 (출처: 일본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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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때문에 전면전 개입해야 할 판인 미국=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24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지역 안보 방위협력 등을 추진하는 방침을 확인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가 '미일안보조 약 5조'의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이 발언을 충격이라고 한 이유는 미국 대통령이 센카쿠 문제와 관련, 미일안보조약에 입각해 미국이 일본을 방위할 의무가 있다고 언명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겨냥, 센카쿠가 미일안보조약 5조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명시해줄 것을 을 미국에 요구해온 일본에게는 '더 이상 반가운 말'이 있을 수 없었다.일본은 2012년 9월 민간 소유의 센카쿠를 국유화했고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으며 중국에서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중국은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소위 미일안보조약은 냉전시기의 산물로서 그것은 제3자를 겨냥할 수 없고 중국의 영토주권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친 대변인은 “다른 사람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지 간에 댜오위다오가 중국 고유의 영토에 속해 있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면서 “우리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수호하려는 결심과 의지를 흔들 수도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영유권 분쟁에서 중재자가 되기보다는 일본을 지지함으로써 미국의 '앓는 이'이자 골치거리 북한 핵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국이 미국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둘째, 오바마 발언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과연 동맹국 편을 들 것인가라는 의문을 동맹국 사이에 낳았다.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서는 어느 편을 들지 않고 중재자로 나서고 있으며 동맹국들을 안심시키지도 않고 있다.

무엇보다 센카쿠를 놓고 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은 방어를 위해 참전할 것인가라는 논란을 낳았다. 미국은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속셈에서 일본을 지지했다. 문제는 이 섬들을 놓고 중국 군의 점령과 일본 자위대의 탈환 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참전할 지 여부다. 만약 개입하지 않는다면 미일 관계는 물론, 미국과 다른 동맹국, 예컨대 한국과 동남아 동맹국들 간의 관계를 뒤흔들게 분명하다. 만약 개입한다면 미국은 ‘섬’ 때문에 제2의 강국이며, 교역상대국인 중국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센카쿠가 미일안보조약 제 5조의 적용대상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미군의 즉각적인 참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일 안보조약 제 5는 각국은 자국의 헌법 조항과 절차에 따라 공통의 위험에 대처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조약 상대국 방어를 위해 군사조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 부문에 대해서 오락가락한다. 일례로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공군에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도록 했지만 2013년에는 시리아와 관련해서는 의회 승인없이 군사조치를 취하는 데 반대했다.

이 때문에 카네기 재단의 데이비드 로쓰고프 펠로우는 외교전문지 ‘포린 폴러시’에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로감으로써 잔여 임기 동안 의회 승인을 받지 않은채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했다”고 꼬집었다. 미국 오하이오주 영스타운대학의 폴 스라치치 석좌교수는 지난달 26일 외교안보 매체 ‘더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그의 주장이 옳다면 동중국해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첫번째 반응은 즉각적인 군사 지원이 아니라 의회 승인을 요구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 미국을 불신할 싹은 이미 뿌려졌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소유권 분쟁이 있는 섬을 방어하기 위해 미군이 참전한다는 데 동의할까?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의 발언은 성급한 외교 실책이었다.

이라크 자유작전에 참가한 미 해군 케이프 세인트 조지함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라크 자유작전에 참가한 미 해군 케이프 세인트 조지함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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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달러 쏟아부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에서 배운 교훈 없어=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은 그 동안 많은 실수를 범해왔다. 1992년 옛 소련의 붕괴와 냉전 체제의 종식 이후 미국의 외교 정책은 썩 좋지 않았다는 게 ‘디플로맷’의 평가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은 미국에는 ‘큰 실수’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에 의하면 미국은 10년 동안 4조~6조 달러의 전비와 수만 명의 생명을 희생시켰다. 그런데도 두 나라는 여전히 엉망이며, 미국은 이라크반군인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가 급부상하자 2011년 완전 철수한 이라크를 다시 공중 폭격하며 개입했다.

외교전문가들은 미국 매파들이 개입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미국이 두 전쟁에서 배운 교훈이 별로 없다고 비판한다.

디플로맷의 딩딩천은 지난 7월 ‘미국은 중국보다 더 전략적 과오를 범할 것’이라는 글에서 “최근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적대시하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대항해 동맹을 이룬다면 최대의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미국의 문제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네오콘이 이라크전을 기획했는데 아직도 그들의 영향력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이스라엘 로비 그룹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있고 미국의 주권을 약화하는 어떤 국제조약도 반대하는 일부 미국 공화당 정치인들의 입김을 많이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중국은 당이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나라다. 누가 주석이 되든 당의 정책은 유지되는 일관성을 보인다. 중국의 경제력이 급성장한다고 해도 당의 우위가 계속되는 한 중국의 외교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더욱이 중국의 지도자들은 장기 비전과 강력한 지도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는 10년이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은 확연히 다르다. 그가 확고하게 권력을 쥐고 있는 한 그의 외교정책이 하루 아침에 바뀌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 역시 외교적 과오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확률에서는 미국보다 낮다고 보는 시각은 매우 온당하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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