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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 영구 해결책을 촉구한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 대표는 누구?

최종수정 2014.08.09 08:00 기사입력 2014.08.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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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나비 필레이(73)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6년 임기를 마치고 이달 말 퇴임한다. 유엔 인권 수장으로서 전세계 인권 상황을 감시해 온 필레이 최고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북한인권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 2008년 현직에 임명된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6년 동안 재임하면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스리랑카, 이집트, 시리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등 분쟁국가는 물론 여성과 장애인, 소수민족과 성 소수자 등의 인권 문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4년 임기를 모두 마치고 2년 더 임기가 연장된 2012년 이후에는 북한인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


◆남아공 출신의 유엔 인권수장=필레이 대표는 인도 타밀계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인권대표다. 그는 남아프리카연방(현 남아공)의 나탈주 더반 빈민촌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버스 운전사였다. 그년 인도계 주민들의 기부금으로 1963년 나탈대 법대 학사,1965년 법학 석사를 받았다. 1965년 개비 필레이와 결혼해 두 딸을 뒀다. 그녀는 이후 1982년 하버드대 법대로 유학가 1982년 법학석사,1988년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필레이는 어느 법률사무실도 채용을 하지 않아1967년 나탈주 최초의 비백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그리고 남아공에서 28년간 아파라트헤이트(흑백분리주의) 반대 활동가들을 옹호하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정치범에 대한 고문과 열악한 대우를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1973년 고 넬슨 만델라를 포함해 로벤섬에 수용된 정치범들이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는 권리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녀는 학대피해자 지원센터를 공동 설립하고 가정 폭력 피해자들의 쉼터를 운영했다. 1992년에는 국제 여성 권리 단체인 ‘이퀄리티티 나우’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1995년 아프리카 민족회의가 집권하자 만델라 대통은 필레이를 남아공 고등법원 최초의 유색 판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 그만뒀다. 유엔총회에서 르완다 대량학살 범들을 심판하는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유일한 여성 재판관으로 4년간 활동했다. 필레이는 르완다의 대량 학살범 장폴 아카에시를 재판하면서 “전쟁 중 강간과 성폭행은 전리품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전쟁범죄로 간주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2008년 필레이를 캐나다 출신인 루이스 아버 후임으로 유엔인권최고대표로 임명했다.

◆일본, 위안부 항구적 해결책 마련 촉구=필레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성노예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강하게 비판한 인물로 정평 나 있다.
필레이 대표는 6일(현지시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른바 ‘위안부’로 알려진 피해자들의 인권이 계속 침해되고 있다면서 일본이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공정하며 항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신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용기있는 여성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배상과 권리 회복 없이 한 명씩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개탄했다.
필레이 대표는 일본 군 위안부 문제가 과거사가 아니라 당면한 ‘현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의가 실현되기는커녕 피해자들은 일본의 공적 인물들의 모욕적 언사와 사실 부정에 직면해 있다고 필레이 대표는 질타했다.

일본 정부가 임명한 연구팀은 지난 6월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위안부 여성들이 강제로 동원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고 일본의 일부 인사들은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 전시 매춘부라고 주장했다고 필레이 대표는 꼬집었다.

필레이 대표는 “이런 언행들이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겼지만 일본 정부는 어떠한 공식 반박도 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일본 군 위안부 문제를 이처럼 강력하게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신동익 다자외교 조정관은 “현재 유엔 최고대표이고 위원회 토의를 거쳐 나온 성명인 만큼 유엔의 공식 의견으로 봐도 된다”고 평가했다.

필레이 대표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사진제공=외교부)

필레이 대표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사진제공=외교부)


우리 정부는 필레이 대표에게 성명을 요청하지 않았다. 다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것은 반인도적 처사라고 지적한 다음 그를 만났다.

◆필레이, 북한 인권 문제에도 지대한 관심표명=필레이 최고대표는 2012년 6월 열린 제 20차 유엔 인권이사회 개막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 지속적인 식량 부족 문제 등을 언급했다.

필레이 최고대표는 유엔 인권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제네바 유엔본부를 방문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촉구한 지난해 1월15일의 특별성명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공론화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후 두 달여 뒤인 지난해 3월 북한의 인권 침해를 조사할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설치를 결의했다.

마이클 커비 위원장이 이끈 COI는 올해 2월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 사례 중 많은 경우가 국가 정책에 따라 자행된 반인도 범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해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권고했다.필레이 최고대표는 COI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필레이 최고대표는 지난 4월에는 한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북한인권 현장사무소 설치를 긍정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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