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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인회계사가 감사 중책 맡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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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CPA 자격증 따고 버젓이 조서쓰고 현장책임...부실감사 논란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공인회계사(KICPA) 시험 준비하다 포기하고 괌에 가서 미국공인회계사(AICPA) 시험 보는 경우가 있어요. KICPA보다 상대적으로 합격하기 쉽거든요. 문제는 이 사람들이 감사본부에서 조서 쓰고 현장에서 인차지(Inchargeㆍ감사현장 책임자)까지 하고 있다는거죠." -김병희 공인회계사(가명ㆍ32)

AICPA 자격증 보유자들이 기업 회계감사 현장에서 현행법상 금지된 중요업무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부실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회계포탈에 따르면 국내 '빅4' 회계법인의 AICPA 자격증 소지자는 총 964명이다. 삼일이 472명으로 가장 많고 안진(214명), 삼정(181명), 한영(97명) 등의 순이다. 이중 KICPA 자격증 보유자와 복수 합격자를 빼면 회계법인마다 약 100명 내외의 사람들이 미국 CPA 자격증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인만 안하지 감사업무 중책"...금감원 "문제있다" = 문제는 이들이 현행법상 직무범위를 넘어 기업의 감사업무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다. 공인회계사법 제40조의 3에 따르면 외국공인회계사의 직무 범위를 '원자격국의 회계법과 회계기준에 관한 자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회계법과 국제회계기준에 관한 자문'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은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 회계사는 "조직도만 대충 훑어 봐도 감사본부에 AICPA 자격증만 소지한 사람들이 꽤 있다"면서 "이들은 최종적으로 감사보고서에 사인만 안할 뿐, 회계감사조서도 쓰고 현장 책임을 맡는 인차지나 매니저 업무까지 한다"고 털어놨다.
회계감사조서란 회계사가 감사 절차의 내용과 감사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와 관련된 분석결과를 적은 서류다. 나중에 부실감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감사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또 다른 회계사는 "AICPA도 시험 과목 중에 오디팅(감사ㆍauditing) 과목이 있긴 하지만 한국과 용어나 제도가 달라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서 "AICPA 보유자들도 중책을 맡기면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사 업무에 있어서 꼭 전문적인 일만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 서류기재 업무 등에서는 AICPA가 투입되는 것이 문제가 안된다"면서 "하지만 이들이 조서를 쓰거나 감사 업무의 핵심적인 영역까지 들어가게 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법인 경력자 많지 않아...특혜 채용 의혹도 무성 = 더구나 AICPA들 중 다수는 미국 회계법인에서 경력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 CPA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2년 동안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활동한 계획이 없이 CPA 자격증만 취득한 사람들이 대다수란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AICPA에 대한 확인되지 않는 의혹들도 무성하다. 회계법인 파트너의 자녀가 AICPA 자격증만 보유한 상태로 특혜채용이 됐다거나, 클라이언트의 자녀가 미국 AICPA만 갖고 들어왔다는 소문이다.

이와 관련 해당 회계법인 관계자는 "미국 회계사들은 아무래도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얘기들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무근"이라면서 "미국 회계사들이 감사업무에 투입이 된다 해도 대부분이 상당히 제한적인 업무를 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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