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불황형 흑자' 논란 속에서도 수출 전선은 '이상 무'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역대 가장 큰 흑자를 냈다. 1월부터 6월 사이 누적 흑자는 392억 달러, 우리 돈으로 40조2000억원에 이른다. 경상 흑자가 지속된 기간도 28개월로 역대 두 번째로 길었다. 수출 효자 상품인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철강 제품의 기여도가 높았다.
한은의 '분기별 상품 수출입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수출은 늘었지만, 수입은 꾸준히 감소했다. 수출과 수입은 1990년대 이후 줄곧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오다 2011년 2분기부터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수출은 소폭 늘었지만, 수입은 눈에 띄게 줄었다.
연도별 통계를 보면, 2011년 2분기 1476억달러(약 148조원)였던 수입은 2014년 1분기 1349억달러로 8.2%나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수출은 1501억달러에서 1526억달러로 1.7% 확대됐다.
다른 IB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모건스탠리와 BNP파리바, 소시에떼 제네랄 등도 "선진국 경기회복세가 강화되면서 하반기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상반기 증가율을 웃돌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화려한 통계 뒤 가계의 속사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 중 기업 몫을 이르는 비금융법인의 비중은 22.7%였다. 영국(12.4%)과 독일(12.1%), 미국(12%)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에 반해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77.5%)이나 독일(77%) 등 주요 선진국의 GNI 대비 가계 비중은 대개 70% 후반대다. 우리나라보다 10% 이상 높다. 국부의 기업 쏠림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한은의 통계를 봐도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기업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18.2%에 이르지만, 가계 몫은 연평균 5.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양자간 격차는 3배를 웃돈다.
해외 IB인 노무라는 이런 현황을 언급하며 "지난 1년 동안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880억달러)가 같은 기간 무역흑자(440억달러)의 두 배를 기록한 건 해외사업 덕분"이라면서 "기업의 해외사업이 투자와 고용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만큼 기업의 배당금 지급을 늘리는 것이 국내 가계소득 개선에 일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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