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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로 번돈, 가계로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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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수출로 번 돈이 좀체 가계로는 흐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넘게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2007년 이후 가계의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기업 몫의 3분의 1에 그쳤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 논란 속에서도 수출 전선은 '이상 무'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역대 가장 큰 흑자를 냈다. 1월부터 6월 사이 누적 흑자는 392억 달러, 우리 돈으로 40조2000억원에 이른다. 경상 흑자가 지속된 기간도 28개월로 역대 두 번째로 길었다. 수출 효자 상품인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철강 제품의 기여도가 높았다.
하지만 장기 흑자의 배경엔 건강하지 않은 경제 구조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계 소득 증가율이 주춤해 소비가 안되니 수입이 줄면서 흑자폭이 커지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은의 '분기별 상품 수출입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수출은 늘었지만, 수입은 꾸준히 감소했다. 수출과 수입은 1990년대 이후 줄곧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오다 2011년 2분기부터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수출은 소폭 늘었지만, 수입은 눈에 띄게 줄었다.

연도별 통계를 보면, 2011년 2분기 1476억달러(약 148조원)였던 수입은 2014년 1분기 1349억달러로 8.2%나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수출은 1501억달러에서 1526억달러로 1.7% 확대됐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7월까지 달러화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2.9% 늘었다"면서 "선진국 경기 회복세에 따라 하반기에도 수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는 특히 "하반기에는 원화 약세가 예상돼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도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IB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모건스탠리와 BNP파리바, 소시에떼 제네랄 등도 "선진국 경기회복세가 강화되면서 하반기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상반기 증가율을 웃돌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화려한 통계 뒤 가계의 속사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 중 기업 몫을 이르는 비금융법인의 비중은 22.7%였다. 영국(12.4%)과 독일(12.1%), 미국(12%)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에 반해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77.5%)이나 독일(77%) 등 주요 선진국의 GNI 대비 가계 비중은 대개 70% 후반대다. 우리나라보다 10% 이상 높다. 국부의 기업 쏠림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한은의 통계를 봐도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기업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18.2%에 이르지만, 가계 몫은 연평균 5.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양자간 격차는 3배를 웃돈다.

해외 IB인 노무라는 이런 현황을 언급하며 "지난 1년 동안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880억달러)가 같은 기간 무역흑자(440억달러)의 두 배를 기록한 건 해외사업 덕분"이라면서 "기업의 해외사업이 투자와 고용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만큼 기업의 배당금 지급을 늘리는 것이 국내 가계소득 개선에 일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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