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우선 선장의 리더십 스타일부터 달라진다. 현오석 부총리가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조용한 리더십에 지표와 현장을 기초로 한 정책을 펼쳐왔다. 현 부총리는 이를 '에비던스 베이스드 폴리시(evidene based policy·근거에 기초를 둔 정책)'라고 말한다.
이런 점 때문에 최 후보자는 취임하더라도 세종청사에 머무르는 시간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와 유관 부처, 기관들에 취임인사를 해야 하고 당·정·청 라인의 소통을 위해서는 서울에 체류할 일이 많다. 협의할 안건도 많다. 당장 이달 중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최 후보자의 취임 후 첫 작품이고 8월 세법개정안은 두 번째 작품. 임기 첫해 작품의 완성판은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2015년도 예산안이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자신이 공언한 경기부양책을 선봬야 한다. 성장률 하향 조정에 따른 나라살림도 다시 짜야 한다. 추경의 경우는 정부가 나서서 공론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 후보자는 7·30 재·보궐 선거를 전후해 당·정·청과 협의를 통해 추경을 편성할지, 아니면 재정적자를 감내하더라도 2015년도 본예산의 세입을 줄이고 세출을 더 확대하는 쪽으로 택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최경환 후보자가 한국 경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 기초해 위험천만한 경제정책을 고집스럽게 밀고 갈 것으로 보고, 그의 임명을 반대한다"고 성명을 냈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조세팀장은 "내수활성화의 바람직한 해법은 결국 노동자와 중소상공인 보호를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올려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권층과 재벌·대기업에 대한 감세 기조, 규제 완화, 부동산 투기 조장으로는 내수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됐고, 오히려 한국 경제의 위기만 고조시킬 뿐이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최 후보자는 '줄푸세' 소신에 기초한 경제정책들을 밀어붙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가 성장과 체감을 중시하고 틀에 박힌 형식을 싫어하는 만큼 향후 인사도 이에 맞춰질 전망이다. 최 후보자는 과거 경제기획원시절부터 사무관이 수십페이지 보고서나 연설문을 작성한 뒤 과장-국장-실장-장차관을 거치며 수십번에 걸쳐 수정지시와 재보고의 틀을 싫어했다. 2기 경제팀의 과제가 체감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보니 인재관도 전문성과 정무적 감각을 겸비한 이들이 중용될 전망이다.
기재부의 현 상황으로 보면 인사는 단박에 해결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 부총리가 지난해 3월22일 취임한 이후 과장급 직원의 국장 승진인사는 나오지 않았다. 다른 부처의 차관 혹은 1급(고위공무원 가급)과 비슷한 시기에 공직에 입문한 공무원들도 기재부에서는 여전히 국장 직위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다수다. 현재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대외경제협력관, 협동조합정책관, 관세정책관, 행정예산심의관 등 국장급 다섯 개 자리는 공석이다. 업무 공백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인사 적체와 업무 공백 문제를 새로운 부총리가 해소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있는 것이다. 당장 차관 이하 실장, 국장급의 대대적인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1급 이상의 직원들의 퇴로가 없다는 점이다. 최 후보자도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 문제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문제가 대두된 영향이 크다. 기재부 1급 간부 가운데 1명은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나돌았지만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관피아 문제가 불거지면서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다만 이런 가운데도 승진 가능성과 차관급 하마평이 오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청와대에서 조원동 경제수석과 손발을 맞췄던 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은 기재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힘을 쏟았던 기획조정실과 대변인실의 인물들이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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