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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법안소위 늘리기가 유일한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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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회가 '통법부(通法府)'라는 오명에서 벗어난 것은 따지고 보면 10여 년 전이다. 서슬 퍼런 독재정권시절은 물론이고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 하에서도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는 명분에 따라 행정부에서 법안을 만들면 국회를 통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평화적인 정권교체와 함께 본격적인 민주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그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은 2002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통법부에서 벗어나도록 국회와 행정부의 위상을 바로잡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백과사전을 보더라도 '국회의 입법권한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내용이 버젓이 게재될 정도였다.
하지만 10여 년 만에 국회를 둘러싼 정치권력지형은 급변했다. 지금은 오히려 행정부를 국회가 시키면 한다는 뜻에서 '집행부'로 불리는 실정이다. 그만큼 국회의 권한은 세졌다.

권한 강화의 척도는 법안 발의건수에서도 나타난다. 15대 국회(1996~2000) 의원발의건수는 1144건에 불과했으나 18대 국회(2008~2012)에는 1만2220건으로 크게 늘었다. 19대 국회의 경우 8일 현재 7193건을 기록했다. 반면 정부의 법안발의는 같은 기간 807건에서 1693건으로 소폭 늘었다. 19대 국회에서는 이날까지 218건에 불과했다. 민의를 반영한다는 의회가 법안 발의를 주도해나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회로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심사과정에서 병목현상이 생기면서 제대로 법안을 보지 못한다는 불만이 정치권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여야가 법안을 합의해 통과하도록 한다는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되면서 법안 처리는 더욱 더뎌졌다. 17대 국회 이후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 비중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은 '대표들의 집회 참여자(congressman)'보다 '입법자(lawmaker)'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말이 좋아 집회 참여자지 입법권한이 약했던 시절에는 정쟁만 일삼았다면 이제는 법안을 발의하고 제도를 만드는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국회에서는 각 상임위원회 산하 법안소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여야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법안을 보다 잘 검토하기 위해 더 많은 의원들이 법안소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 상임위에 소위를 2개 이상 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과연 법안소위를 여러 개 만든다고 모든 의원들이 법안처리에 매달릴 수 있을 것인가. 정쟁으로 인해 예정된 법안소위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진정한 '입법자'가 되지 못하는 배경이다. 진정성을 갖고 법안 심사에 매달리는 것, '통법부'라는 멍에를 간신히 벗어던진 국회가 또 한번 변신을 시도해야 하는 이유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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