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루이스 '뇌를 훔치는 사람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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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신의 뇌를 샅샅이 스캔한다 ?" 오늘날 우리는 신경과학 혹은 뇌과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신체의 블랙박스인 ‘뇌’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나아가 기업들은 뇌활동을 직접 측정해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과 마음을 읽는다. 인터넷과 SNS로 얻은 방대한 개인 정보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 취향을 파악, 상품개발 및 판매에 적용하는 뉴로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소비자의 무의식까지 조종하는 기업들의 무자비한 이윤 추구 방법은 난무한다.


실례로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아모레퍼시픽, 기아자동차 등이 뉴로마케팅 방식을 활용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성공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한국과학기술원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여성은 디자인과 시각적 요소에, 남성은 가격이나 상품 정보에 집중한다는 결론에 따라 쇼핑몰의 사이트 메뉴와 상품 배치 등을 새롭게 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브랜드도 뇌과학 기술을 응용, 론칭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색조화장 시장 진출을 앞둔 상태에서 뉴로마케팅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사 제품은 친근한 이미지로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색조화장품 사업을 확대해나가기로 결정하고 매장에도 명품브랜드의 화려함이 아닌 국내 기업으로서의 친근함을 내세워 ‘헤라’라는 신규 브랜드에 이끌리도록 만들어 브랜드 론칭에 성공했다.

기아자동차는 'K7'이라는 브랜드를 1년동안 단어 영상, 시선 추적 등 국내외 수천여명의 뇌 반응을 분석, 가장 많이 선택한 단어와 화면에서 가장 많이 응시한 단어를 조합해 만들어냈다. 이밖에도 국내에서 뉴로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다양하다. 거리에 광고판이나 대형TV를 설치해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추적하고 광고물을 얼마나 보는지, 광고가 얼마나 시선을 끄는지, 어느 부분을 눈여겨보는지 등을 측정해 마케팅에 적용하고 있다. 지금 기업들은 브랜드라는 기호와 상징, 뉴로마케팅 등 다양한 상술을 통해 소비자가 인간 뇌속의 구매 버튼을 누르도록 안간힘을 쓴다.


이처럼 연구실을 벗어나 상품 매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뇌과학은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뇌과학을 이용, 소비자들이 언제 어떻게 물건을 구매하는지 분석,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뇌를 훔치는 사람들'(원제: The Brain Sell)의 저자인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는 뉴로마케팅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마인드랩 인터내셔널의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다. 이 책은 아직까지는 인체에서 가장 신비에 싸인 영역인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과 마케팅이 접목된 뉴로마케팅, 최신 트렌드, 뇌공학의 역사 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첨단과학을 이용한 설득기법들이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며 소비자들이 기업의 설득기법에 얼마나 무자비하게 노출됐는지를 알려준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분별한 소비 충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즉 기업이 펼치는 뉴로마케팅의 부작용과 인권 침해, 기술 발달이 불러온 도덕적 심각성, 기업과 정부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경고로도 읽힌다.


저자는 과학 기술을 이용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뿐 아니라 뇌과학 영상 기술의 발전을 통해 알아낸 소비자에 대한 통찰이 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또한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매체,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뉴로마케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해부한다.


우리는 늘상 광고와 마케팅 뒤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그 이면을 제대로 알지는 못 한다. 가령 기업은 치약 구멍을 1mm 넓히자 소비자들은 더 빨리 치약을 소비하게 됐고, 제조사의 수익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당연히 소비자가 이를 눈치챈다해도 오랜 습관 때문에 길이를 줄이지는 않는다. 여기서 기업은 마개 뚜껑의 색깔, 치약 구멍의 크기, 제품 포장의 글씨체 등 어느 것 하나도 치밀한 분석을 거치지 않고 결정되는 것이 없다. 이것이 기업의 적나라한 자화상이다.


뉴로마케팅 연구가로는 모순되게도 마케터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즉 소비자가 기업에 쥐락펴락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비법도 담겨 있다.책의 말미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설득당하고 조종당하지 않고 우리 자신을 방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마치 어떤 무의식이든 뚫을 수 있는 창을 개발하는 사람이 그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를 제공하는 듯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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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소비자의 잠재의식까지 파고드는 공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걱정을 떨치기는 어렵다. 결국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숨은 의도를 읽고 현명한 소비 주체가 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특히 온라인 구매시 충동적으로 쇼핑하는지도 늘상 점검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뉴로마케팅에 대한, 여러 의심을 지우지 못 한다. 과연 뉴로마케팅을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국한시켜 생각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또한 뇌과학을 기업들이 손에 넣었을 때 우리의 무의식을 자극, 소비를 부추기는 것처럼 정치인이 뇌과학을 활용, 정치마케팅을 펼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따라서 뇌과학을 이용한 설득 메카니즘은 전체주의 악몽이 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기업들이나 정치인들이 우리의 뇌를 무자비하게 장악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빅브라더'의 시대가 임박해 있는 셈이다. <데이비드 루이스 지음/홍지수 옮김/청림출판 출간/값 1만6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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