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세월호 국정조사가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해경 등 구조당국이 사고 초기 수색·구조작업 과정에서 눈속임과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등 각종 난맥상을 보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29일 해경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황정보문자시스템' 내역을 일부 공개하고 "BH(청와대)와 중앙구조본부, 3009함 등 동시 대화에서 표류 중이던 시신 10구에 대해 선체 내부에서 인양한 것으로 거짓 모의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 측에 따르면 해경 측은 에어포켓의 존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공개했다. 해경은 당초 선내에 에어포켓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산소를 주입하는 등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상황정보문자시스템에 남겨진 내역을 보면 이미 16일 오후 4시57분께 세월호 에어포켓에 남은 공기가 다량으로 배출되고 있었던 정황을 확인 할 수 있다. 현장지휘함정인 3009함은 먼저 오후 4시57분께 "현재 선체에서 대량의 공기방울이 배출"이라며 "현장 안전을 고려해 수중탐색을 중단하고 대기 중"이라고 송신했다. 이어 1시간여 후인 오후 5시56분에는 "상황실 전달사항 정확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구조당국이 '에어포켓'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일주일이 지난 4월23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해경 측은 24일 국정조사 서면답변을 통해 "카페리 선체 특성상 수밀구조가 아니어서 에어포켓 존재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존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침몰선 3~4층 다인실을 집중 수색했지만 발견치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초기 전 국민이 에어포켓과 실종자 생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을 때, 해경은 여론을 의식하며 의미없는 공기주입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사고 초기인 19일 선체 내부에서 시신 3구를 발견한 주체를 둔 난맥상도 여실히 드러났다. 상황정보문자시스템에 따르면 19일 해경 측은 민간구조대 윤모씨와 박모씨가 격실내 시신 3구를 창문으로 확인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러나 다음날 3009함 측은 "구조팀 명칭을 민관군 합동구조팀으로 통일할 것"을 주문했고, 언딘 측이 이날 11시48분께 부터 시신을 인양하자 "언딘살베지를 민관합동구조팀으로 수정바람"이라고 송신했다. 초기 구조당국과 실종자 가족들이 민간잠수사 투입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대화 내용은 '눈속임'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진후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해경은) 에어포켓 존재에 대해 이미 사라지는 상황을 목격했고, 존재 자체가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5일 동안이나 국민들을 호도하는 발표를 해 왔다"며 "사고에 대한 대처에도 무능하고 정확한 설명도 하지 못해 신뢰를 떨어뜨린 정부가 이젠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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