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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사람·삶…'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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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호프만, 라가벤드라 가닥카 등 우리 시대의 과학자 13명에 대한 인터뷰집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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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헤모글로빈을 좋아해요. 혈액 속의 붉은 색소죠. 말하자면 바로크 예술처럼 화려한 분자랍니다. 원자 1만 개가 (주로 수소 원자와 탄소 원자인데요) 결합해서 사슬 3개를 이루고, 그 사슬이 얽혀서 헤모글로빈이 되죠. 그러니까 헤모글로빈의 모양은 촌충이 교미할 때의 모습과 비슷해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헤모글로빈'을 예로 들고('로알드 호프만'), 애벌레에게 먹이를 주는 말벌을 들여다보면서 참된 헌신을 깨닫고('라가벤드라 가닥카'),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자아가 아니라 두대골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는('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이들이 바로 과학자들이다.

신간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과학자 13명의 이야기를 다룬 인터뷰집이다.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들을 만나 대화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당초 저자가 설정한 목표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또 무엇을 하는지' 이 두 가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나'를 앞세우는 게 금기시되는 과학 분야에서 과학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끄는 기획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우리 자신은 별이 남긴 먼지"라는 말을 남긴 천체물리학자 마틴 리스는 앞으로 20년 안에 100만 이상의 인구가 생물학무기 공격이나 생명공학이 초래한 불상사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며 1000파운드 내기를 했다. 물론 그는 이 내기에서 지기를 바라지만 "21세기의 위험이 첫째 인간 자신에게 유래하고, 둘째 과거의 위험보다 더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한다.

신경생물학자 한나 모니어는 인터뷰 도중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기어이 눈물을 터뜨린다. 독일계 소수민족인 트란실바니안 색슨 족 출신인 그는 열일곱의 나이에 고향 루마니아를 등지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떠난다. 당시 부모님마저 속이고 독일에 정착해 과학자로 성공했지만, 사라진 고향과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늘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그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밖에 과학과 종교에 대한 에세이로 끊임없는 논쟁을 일으킨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 생리학자이면서 파푸아뉴기니의 원시림에서 문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자신의 유전체 전체를 알게 된 최초의 과학자 크레이그 벤터 등 다양한 방면의 과학자들이 인터뷰이로 나섰다. 흔히들 과학자라고 하면 자신의 관심 영역에서는 천재적이지만 다른 생활에는 무능력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 책의 과학자들은 예술을 추종하고, 현실세계의 부조리에 대해 경고하며, 인류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
화학자 로알드 호프만은 대화중에 "노벨상 수상자도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지 않습니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지능이 아니라 끈기"라며 "이들이 남들은 할 수 없는 고공비행을 한다면, 이는 탁월한 뇌를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라 뇌를 더 잘 훈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슈테판 클라인 지음 / 전대호 옮김 / 청어람 미디어 / 1만7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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