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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대한민국]어깨 처진 청년들, 잡셰어링·대타협으로 빚 대신 빛을

최종수정 2014.06.20 13:56 기사입력 2014.06.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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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독립·내집마련 비용에 허덕…열정 사라진 안정된 삶만 좇아
고용안정이 최고, 대기업·中企 일자리 늘리는 '사회적 대타협' 필요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 대학 신입생 권혁태(19) 군은 벌써부터 해외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자리를 둔 치열한 경쟁과 높은 삶의 비용이 강요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누나가 결혼 이후 집을 구하고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그래도 해외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 군은 "지금의 나는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미래에 상층으로 이동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며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현수(20ㆍ가명)씨는 장래희망이 공무원이다. 자신의 성격에도 적합한 직업이지만, 무엇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 중에도 공무원을 꿈꾸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는 "지금은 취직도 힘든 데다가 취직한 사람도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 먹고 살 수 있게 보장이 돼야 하는데, 그것조차 지켜지지 않으니 안정적인 직업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013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20~29세 청년층의 53.2%가 계층이동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34.6%)보다 훨씬 더 높다. 이는 2009년 같은 조사에서 긍정 대 부정의 비율이 43대 43으로 똑같은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악화된 것이다.30대(62.5%)와 40대(62.4%)는20대보다 비관적 시각이 더욱 늘어났다. 청년기에 이미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고 나서 나이가 들수록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욱 낮아지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계층상승'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청년세대. 이는 사회적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다. 역동성의 회복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한국 경제의 성장 원동력은 청년세대의 도전= 한국 사회가 지난 1970~80년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청년세대가 계층상승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중산층을 꿈꾸며 산업현장과 수출전선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 이런 계층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세대를 괴롭히는 청년실업ㆍ소득불평등 문제가 심화되면서 계층상승을 위한 희망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표 상으로 청년세대의 계층상승 가능성을 꺽어버리는 청년실업ㆍ소득불평등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5월 고용현황'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은 40.5%에 그치고 있다. 청년세대의 실업률 또한 8.7%로 전체(15~64세) 실업률 3.6%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일자리의 양(量)은 물론 질(質) 역시 개선되고 있지 않아 2013년 기준으로 20~29세 노동자의 31.2%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년층 피고용자 중 1/3가량이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더해 소득불평등 역시 지난 20여년간 확대일로다. 대표적 소득불균형 지표인 지니(Gini)계수 역시 1990년 0.256에서 지난해 0.280으로 약 9.4% 상승했다.

 ◆9급 공채에만 20만명 몰려…"가늘고 길게 살자"=이렇듯 청년계층을 둘러싼 조건이 악화되다 보니 청년 특유의 열정ㆍ도전과 같은 가치들은 점차 빛이 바래고 있다. 대신 청년들은 직업 안정성이 뛰어난 공무원 공채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93대1로 2002년 45대1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에는 20여만명이 몰려 경쟁률이 74.8대1을 기록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9급 공무원은 고등학교 수준의 학력만으로도 업무가 가능하다"며 "그런데 대졸자들이 여기 대거 응시한다는 것은 인력낭비일 뿐더러, 투자된 교육비용이나 세금을 고려한다면 비생산적이다"고 지적했다.

 청년세대 창의력ㆍ도전 정신의 상징이랄 수 있는 대학가 동아리ㆍ학회 등은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의 건강한 비판자여야 할 시민ㆍ사회단체에도 소위 '학출'(학생 출신 활동가)은 더 이상 모여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공 선택 문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초 각 대학이 '복수전공제'를 도입한 이래 항상 인기 순위 상위권에 포진한 전공은 경영학 등 실용 학문들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 때문에 인기 전공에는 학점 커트라인을 두는 경우까지 생겼다. 반면 인문학 등 우리 사회의 창의성과 잠재적 가능성을 기를 수 있는 기초 학문의 경우 곳곳에서 정원미달ㆍ폐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폭증하는 '삶의 비용'…출산도 성장도 급전직하=취업에 성공한 청년세대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나은 것은 아니다. 대학 재학시절에 받아둔 학자금 대출, 또 결혼이나 독립생활을 위해 마련해야 하는 주택 문제까지 엄청난 '삶의 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조사에 의하면 학자금 대출인원은 2006년 18만명에서 2012년 181만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6개월 이상 상환을 연체한 인원도 670명에서 4만419명으로 60배 이상 폭증했다. 사회 초년생들이 가장 부담을 느낀다는 주택 전세가 역시 지난 2009년 이후 5년3개월간 40.4%나 올랐다.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빚'에 의지할 수 밖에 없어 계층상승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청년세대 역동성의 퇴보는 출산률 저하라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1970년 4.5명에 달했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인 15~49세 사이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은 2013년 기준으로 1.19명까지 급강하했다. 높은 삶의 비용에 맞물린 육아ㆍ교육비, 불안한 미래가 다음 세대를 재생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일정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합계출산율이 2.1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낮은 합계출산율은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ㆍ노동력 감소ㆍ구매력 축소라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역동성의 위기가 사회 갈등을 야기 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심각한 세대간, 빈부간 갈등 속에 우리 사회가 갈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학섭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20여년간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계층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본다"며 "계층이동이 불가능하게 된 청년세대는 사회적 불만세력이 돼 기성세대와 심각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도 "지금은 청년세대가 역동성을 완전히 상실해가고 있는 상태이며 앞으로도 그런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 임기 응변으론 안돼…"대타협으로 질적 구조 바꿔야"=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복원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청년세대의 고용 안정화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응변 수준의 일자리 대책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의 대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협을 통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세대의 전반적인 소득은 하락했는데, 주거ㆍ생활비용 등 삶의 비용은 상승한 것이 우리 사회 청년들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제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청년 고용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대기업의 고용을 늘리는 등 사회적책임을 강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학섭 교수도 "타협을 통해 노동시간을 최소 1~2시간씩 단축하고, 그 대체인력으로 청년층을 투입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며 "그 외에도 학력별ㆍ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을 통해 청년층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배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려면 정파와 이해관계를 넘어 정치권, 학계, 기업이 모여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고등교육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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