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 지방선거 격려차 들른 안 대표는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일일이 악수를 한 이후 짤막한 백브리핑을 가졌다. 여기서 안 대표는 작심한 듯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선당후사(先黨後私).' 말 그대로 당이 우선이고 개인은 그 다음이라는 뜻으로, 의원 개개인의 안위보다 당을 위해 희생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7월30일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 지역의 후보를 뽑을 때 국회 입성을 노리는 중진보다는 새정치 이미지에 부합한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안 대표의 선당후사 발언 하루 뒤에는 전병헌 전 원내대표가 모처럼 입을 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다.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뒤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인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당의 미래를 위해서는 7ㆍ30 재보선이 '중진 부활의 장'이 아닌 '신진 등용의 장'이 돼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새정치가 아닐까"라는 글을 올려 미묘한 긴장감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그는 "새누리당이 세월호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청와대는 분열형 '참극' 인사로 국민 기대를 져버린 상황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에 전력을 쏟아 민심을 얻는 것이 우선"이라며 "선민후선, 민심이 우선이고 선거는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같은 날 초ㆍ재선 의원 모임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7ㆍ30 재보선에선 박원순ㆍ안희정 같은 혁신적인 세대교체형 후보가 득표율을 높인 이번 지방선거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며 "올드보이가 귀환하면 당이 변했다는 느낌도 안 주고 100% 진다"고 다소 강하게 주장했다.
이처럼 당의 내부에서 7ㆍ30 재보선을 통한 '잠룡의 귀환'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여기서의 잠룡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원내 진입을 준비 중인 손학규ㆍ정동영 고문과 천정배 전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을 가리킨다. 이런 분위기 속에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에 잠재돼 있던 여러 계파 갈등이 선거를 전후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발단은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지역구 동작을을 둘러싼 당 중진의 출마설 때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고위 관계자는 "서울에서 지역구를 가지고 있었거나 출마해 떨어진 경력이 있는 중진은 솔직히 동작을에 출마하면 안 된다"면서 "특히 그동안 여러 차례 전략 공천으로 엉망이 됐던 곳"이라며 못마땅해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 중진을 차출한다면 우리도 그에 맞춘 경쟁력 있는 (중진의)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내부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안 대표가 전략 공천을 강행해 후폭풍이 거셌던 광주시장 선거에 이어 7·30 재보선에서 호남지역에 또다시 '안철수계' 인물을 등판시킬 것이란 전망도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하나의 배경으로 꼽힌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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