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한편에선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당선됐으니 전교조가 득세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가 판을 칠 것이며, 따라서 대한민국 교육의 근간은 무너졌다고 개탄하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들린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든 엄마들은 자라나는 아이를 보면서 공포심부터 느낀다고 한다. 유치원부터 영어유치원을 보내거나 영어과외를 시켜야 하고,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을 다녀야 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 학습한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입시전쟁을 향한 빠른 컨베이어 벨트에 서게 된다. 잠깐이라도 머뭇거리거나 한눈을 팔면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져 내려야 하고, 결국 전체 과정을 충실하게 추종하는 아이들과 중도 탈락한 아이들 간에 넘어설 수 없는 간극과 갈등이 존재하게 된다.
힘들기는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대느라 허리가 휠 수밖에 없고, 사교육비를 댈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에 차이가 벌어진다. 무리해서 사교육비를 대는 부모들도 자신들의 평균적인 삶과 노후를 포기해야 하는 뼈아픈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무한반복의 교육 시스템에 끌려들어가 10년 이상 되는 긴 시간을 버텨낼 자신이 없는 엄마들은 사교육비 때문에 온 집안이 희생하지 않아도 사회에 잘 적응하는 건강한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혁신교육이나 대안교육에 기대를 걸고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배우 송강호가 주연을 맡아 인기리에 상영된 영화 '설국열차'에는 어린이가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기차의 어느 한 칸에서는 아이들이 아무런 회의도 없이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고 가끔씩 실종되는 어린이들은 나중에 찾고 보니 기차가 무한궤도를 반복할 수 있도록 하는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들은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 무한궤도를 반복하는 설국열차가 되지 않게 해야 할 무거운 책무를 지고 있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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