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Book]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미국 편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치고 박고 싸우는 친구 세 명이 있다. 빈털터리여서 서로를 믿지도 못한다. 이때 전쟁영웅인 동네 부자 형이 나타났다. 형 집 금덩어리는 확인 못했지만 부자 같아 보인다. 세 명의 친구들은 부자 형이 직접 적어준 약속어음으로 거래를 시작한다. 대신 약속한다. "부자 형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모아서 가지고 가면 금으로 꼭 바꿔주기"
임형록 한양대 교수의 책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미국 편'의 한 대목이다. 미국이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어 화폐 패권을 쥐게 되는 과정을 빗대었다. 미국은 전쟁 기간 동안 축적한 막대한 금을 배경으로 유럽교역국의 화폐를 달러 가치에 고정해 움직이도록 하게 했다. 1944년 브레턴 우즈 체제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 책은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과 이를 둘러싼 각 나라의 역학관계를 친절하게 풀어썼다. 이를 이해하기 위한 단초인 환율과 이자율의 관계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금본위제도의 전후맥락과 자유변동환율제도 환경으로 촉발된 미국과 강대국의 긴장 관계들도 세밀하게 다뤘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패권이 강화되는 원리는 이렇다. 달러만이 유일하게 금과 교환 가능한 화폐가 되면서 미국은 ‘강한 달러’ 곧 ‘비싼 달러’를 보유해야만 하는 사명을 갖는다. 미국 달러가 싸구려 통화가 되면 금과 교환이 가능하다는 신뢰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 교역 규모가 확대되면서 달러는 시장에 공급된다. 달러가 비싸, 미국 기업은 수출이 어려워졌지만 대신 수입할 때 소액의 달러로도 많은 물건을 들여올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달러 발권력을 가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에서 매우 중요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미국의 금융산업은 기축통화를 이용한 해외투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 막대하게 찍어낸 달러자금을 현지국 통화로 바꾸면 엄청난 투자금을 손에 쥐게 될 수 있다. 경제위기 탈출, 투자재원 마련, 자원개발에 목마른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에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되고 협조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의 투자은행, 월 스트리트가 급부상한다.
저자는 글로벌 매트릭스를 넓은 사각형 천이 펼쳐져 있는 공간이라고 상정한다. 덩치가 큰 리더 그룹이 있고, 우리나라 같은 중견 그룹, 신흥개도국들도 흩어져 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에 누군가가 천의 귀퉁이를 잡고 흔들어 댄다면 모든 그룹들이 천 위에서 튀고 흔들리고 심지어는 부서져 버릴 수 있다. 이런 힘, 충격, 마찰, 이탈을 납득하고 대처하기 위해선 천의 귀퉁이를 잡고 있는 존재를 알아야 한다. '기축통화 발권국' 미국의 경제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다.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미국 편'/임형록 지음/도서출판 새빛 출간/값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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