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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의 世·市·人]흐려져만 가는 '의로움'과 '이로움'의 경계

최종수정 2014.05.30 11:16 기사입력 2014.05.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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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인간은 이성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현대 재무이론의 기본 가정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준용되면서 시장을 통한 자유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를 극소화해야 한다는 정치 이데올로기적 당위성으로 확장된다.

정보적 효율성이 확보된 시장에서 인간의 이성은 '위험 회피적(risk avert)'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간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서 비롯된 이 오만한 가정은 이스라엘 출신의 두 심리학자 카너먼(Daniel Kahneman)과 트베르스키(Amos Tversky)가 개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의해 심각한 수정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심리학과 경제학이 결합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모태(母胎)가 되기도 한 이 이론은 인간은 이성보다는 비합리적 감정에 기초해 의사결정을 하고 위험이 아니라 '손실회피적(loss avert)'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작년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퇴임한 김능환 전 대법관은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소시민의 삶을 살겠노라고 공언해 화제가 되었다. '청빈(淸貧)'이 몽롱한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인 줄만 알던 세상과 사람들은 놀라 환호했으며 행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작년 8월 그는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란 맹자의 말을 어설프게 인용하면서 대형 로펌인 '율촌'의 고문으로 갔다. 맹자는 '무항산이면서도 항심을 가질 수 있는 자는 오직 선비뿐이다(無恒産而有恒心者 唯士爲能)'라 했으니 그는 그동안 걸어 온 선비의 길을 포기하고 '전관예우'가 보장되는 목돈을 향해 달려간 셈이다. 지조를 꺾어 자신을 부정하는 '위험을 회피'한 것이 아니라 누려 마땅하다고 판단한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적극적으로 회피'한 것이다. 자본의 논리가 법을 지배한 지 이미 오래됐고 대형로펌이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내는 곳이니, 주로 가진 자의 악을 변호하고 죄를 경감하는 데 힘을 쏟는 대가로 그는 거액의 보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항산으로 한 번 잃은 항심이 다시 생길 리 만무하다.

지난 28일, 안대희 총리후보자가 사퇴했다. 그는 대법관 퇴임 1년 후인 작년 7월 자신 명의의 법률사무소를 열어 연말까지 5개월 동안에만 16억원, 하루 평균 1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4억7000만원의 기부금을 냈으나 그중 3억원은 총리 후보 내정 직전에 기부했음이 밝혀졌다. 상식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 수입이 '전관예우'의 결과라는 논란이 일자 나머지 11억원도 기부하겠다고 했으나 야당의 집요한 공세와 비등한 여론을 넘지 못했다. 그도 결국 돈에 붙어 다니는 '위험'을 피하지 못하고 쉽게 벌 수 있는 돈을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회피'를 선택했다. '대학(大學)'에 이르기를 '인자는 재물로써 몸을 일으키고 불인자는 몸을 바쳐 재물을 구한다(仁者以財發身 不仁者以身發財)'라고 했으니 인자의 재물에는 '마땅한 재물도 버릴 수 있는 지혜와 용기'도 포함된다. 총리지명 후 엿새 동안 그는 몸으로 일으킨 재물로 다시 몸을 일으키기 위해 고심했다. 불인자의 길을 버리고 인자의 길을 선택하려 했으나 잘못 엮인 시작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결국 재물도 몸도 일으키지 못했다. 그가 정녕 치국(治國)에 뜻이 있었다면 변호사 개업하지 말고 '대학'이나 공부하면서 때를 기다렸으면 어찌 됐을까. 제대로 된 사람이 드문 세상이라 아쉽고 안타깝다.
의로움과 이로움을 구별하는 이른바 '의리지변(義利之辯)'은 조선 도학파(道學派) 선비들이 목숨을 걸고 추구한 지고(至高)의 가치명제였다. 그러나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 아수라의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이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구별하는 것 만큼 어렵다.

한 표만 더 얻으면 정의와 진실이 되고 4년이란 긴 세월의 오만한 권력과 부, 면죄부를 함께 챙기게 되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오월의 마지막 주말은 대체로 무덥고 난감하다.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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