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당진발전을 패키지로 인수하기 위한 실사작업을 31일 공식 종료한다. 예정대로라면 포스코는 내달 산업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나 매각 가격을 놓고 포스코와 산업은행, 동부그룹이 서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딜' 여부가 미궁에 빠져버렸다.
그런데 가격이 문제다. 동부그룹은 동부패키지 매각으로 1조5000억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동부인천스틸(1조2000억원)과 동부발전당진(4000억원)을 3조원 재원 마련을 위한 핵심자산이라고 밝힌 만큼 제값을 받겠다는 계산이다. 동부인천스틸이 매년 700억~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동부당진발전의 올해 중 발전소 착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매각가가 적정하다는 게 동부 측의 시각이다. 특히 포스코가 동부인천스틸을 인수하면 열연수요처를 확보하는 점에서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1조원 내외를 적정가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동부인천스틸의 인수가액 중 20~30%만 실제로 부담한다는 조건이긴 하지만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 연간 1조원씩 투자비용을 줄이겠다는 중장기 경영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동부인천스틸에 현금을 투입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 내부에서는 동부인천스틸 인수 비용을 최대 3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동부인천스틸이 노후화돼 인수 이후 설비 보수를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계열사인 포스코 강판과 컬러강판 사업이 중복돼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해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게 포스코의 입장이다.
결국 '1조원과 1조5000억원'을 두고 포스코와 동부그룹 측이 샅바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동부그룹 측은 "이제부터 가격 협상의 시작"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당진발전의 매각 가격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지면 그룹 부채비율을 17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게 동부그룹 측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배타적 협상권을 제시했고, 딜의 키를 쥐고 있는 인수자인 포스코는 가격 인하, 동부는 제값받기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내달 안에 이들의 입장차가 좁혀지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