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선 시인 여덟 번째 시집 선보여..총 4부로 구성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홍신선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삶의 옹이'를 선보였다. 2009년 '우연을 점 찍다' 이후, 전업시인으로 살면서 쓴 60여편의 시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무릇 얼마나 나를 덜어 남을 이루었는가. 내려놓는다고 했는데 아직도 들고 있는 것은 없는가. 끝내는 목숨도 내려놓을 일 아니던가" 등 시인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현실을 탐색해나간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 '삶의 옹이'의 책 머리에 시인은 "일체 수사도 문법도 모두 벗겨버린 누드의 말 하나 그렇게 춥고 찬 세상에 외따로 세워두고 싶다"며 "이즘은 때때로 삶을 역주행해 시를 몰고 30대 어디쯤 한 번 더 가고 싶은 날들이 있다"고 고백한다. '폭설 친 효창공원에서', '건강 검진센터에서', '스스로 왕따가 되어', '히트한 거 있나요', '고독사, 혹은 과로사' 등의 시에서 시인은 일상의 몇몇 단면을 보편적 정서로 환원시킨다.
자의로, 혹은 타의로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시선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고독사, 혹은 과로사'라는 시에서도 시인은 "혼자 오래 견디는 외로움도 너무 지나치면 과로 아닐까 / 때 이른 소한 추위 속 세상 뜬 독거 할멈, 고독사일까 과로사일까" 하릴없는 의문을 품고, '시간의 민낯을 보다'라는 시에서는 "시간의 민낯 같은 도색 떨어진 공원블록담 밑에 / 이 봄날 쇠를 따고 들어온 / 한 둘 동네 노인이 / 재활용품 적치장에 갈 수집한 폐지들 근량을 달고 있다 / 길로 쌓아 놓은 햇볕이 무한 가볍다"고 말한다.
고봉준 문학평론가는 "시집 '삶의 옹이'의 문제의식은 삶과 죽음의 의미에 관한 물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는 일'이 '죽는 일'과 무관하지 않고, '쓰는 일'이 '죽는 일'에 저항하는 과정의 일부일 때, 거기에는 '사는 일'과 '쓰는 일'의 관계에 대한 자의식이 투영되기 마련"이라며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이 시집의 도처에서 '시'와 '삶'의 연속성에 관한 질문과 사유를 목격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홍신선 시인은 1944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5년 시전문지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서벽당집' '겨울섬' '우리 이웃 사람들' '다시 고향에서' '황사바람 속에서' '자화상을 위하여' '홍신선 시전집' 등이 있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한국시협상 등을 수상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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