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형사 고건수 역할..."혼자 극을 이끌어가는 경험 자체가 큰 공부가 됐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영화 '끝까지 간다'는 끝까지 예측불가능한 작품이다. 어머니의 장례식 날, 형사 '고건수'는 상복을 입고 인적이 드문 길을 차를 몰고 간다. 도로에 뛰어든 개를 피하려고 핸들을 꺾다가 사람을 친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는 순간 휴대폰으로 딸의 전화가 걸려온다. 때마침 순찰차가 다가오자 '고건수'는 엉겁결에 시체를 자신의 트렁크 속에 숨긴 채 그 자리를 뜬다.
이어지는 상황은 더욱 설상가상이다. 자신을 표적으로 한 경찰 내부 감사가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도 모자라, '고건수'는 자신이 저지른 뺑소니 사고에 대한 수사마저 담당하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다. 도대체 트렁크에 있는 시체는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쯤 되면 왜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이 '퍼펙트 데이(Perfect Day)'가 될 뻔 했는지 감이 온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의 순간 속에서 '고건수'는 특유의 잔머리와 순발력으로 순간순간을 모면한다.
"주인공 '고건수'는 갈수록 짜증이 많이 나는 상황으로 몰린다. 그래서 감정을 어떻게 분배하며, 죄의식 정도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감독님하고 많이 의논했다. 긴장되는 와중에서도 웃음 포인트 역시 놓치지 않아야했다. 사고라고 하더라도 '고건수'는 분명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유기한 인물이다. 관객들이 이 지점때문에 주인공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그 선을 조율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되면서도 코믹한 부분은 시체안치실 장면이다. '고건수'가 트렁크에 있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이선균은 "시나리오를 읽다가 이 장면이 너무 쫄깃쫄깃하고 재밌어서 '차별화된 영화가 나올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아파 보이는 장면은 실제로 아픈 거다. 연기가 아니었다. 액션영화이지만 액션이나 연기, 의상에서 멋 부리지 않기로 했다. 괜히 형사니까 무게 잡고, 어울리지 않게 정장입고 나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다들 주인공 '고건수'에 대해서 '2% 부족한 인물'이라고 하더라."
'끝까지 간다'는 이선균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으로 극을 이끌어간 첫 영화다. 최근 스타 배우들의 멀티캐스팅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는 와중에 그로서는 여러모로 부담이 되기도 했다. 일단 영화에 대한 현재까지의 평가는 좋지만 대중들의 선택은 또 다른 문제니까 말이다. 행여나 "관객들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나 때문일까 하는 부담"에 시달렸고, "촬영 전부터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에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하고 후회도 했다"고 한다. 다른 어떤 작품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갔던 이 경험 자체가 큰 공부가 됐다"는 것이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배우로서 이선균은 "사극, 악역 등 아직 못해본 것이 더 많다"며 "갈수록 도전의식이 더 생긴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드라마나 광고에서 보여줬던 로맨틱한 이미지에 대해서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게 됐다. "예전에는 '로맨틱 가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불편한 면이 있었다. 실제로는 별로 그렇지도 않은데. 지금은 그런 부분들이 내가 가진 면이라면 '한 번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까 아마 '미스코리아'가 내 마지막 트렌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는 '끝까지 간다'가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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