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상폐되지만 투자 활용도 낮아...3000건 손수 확인해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주식투자자 박성훈씨(31세·가명)는 얼마전 적정의견을 받았지만 '계속기업 불확실성'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 중 25%가 2년내 상장폐지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는 혹시 자신이 매수한 종목도 '계속기업 불확실성' 의견을 받았나 걱정돼 기사를 샅샅이 뒤져봤지만 기업명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직접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 감사보고서를 볼 생각도 해봤지만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정도만 확인할 줄 아는 박씨는 난해한 감사보고서를 조회해볼 엄두가 안났다.
기업의 존폐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회계상 경고 신호가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감사보고서 특기사항에 기재하는 계속기업 불확실성 의견이 관계당국의 무관심 속에 실효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계속기업 불확실성 의견은 감사의견이 적정하더라도 기업이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때 회계사가 감사보고서 특기사항에 기재하는 중요회계정보다.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제시됐지만 계속 기업 불확실성이 특기사항에 기재된 경우는 2010년 89건, 2011년 72건에 달했다. 이 중 2년내 상장 폐지된 기업은 2010년 24개로 27%, 2011년엔 18개사로 25%를 차지했다. 4개사 중 1개사가 2년 내에 상장폐지됐다는 얘기다.
예컨대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4월1일 벽산건설의 2012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적정'의견을 냈지만 계속기업가정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벽산건설은 이후 1년만인 올 4월 상장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사실 감사의견은 적정한데 계속기업 불확실성 판정을 받은 경우는 회계사가 '비적정'의견을 내는데 부담을 느껴, 특기사항에 계속기업은 불확실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네거티브한(부정적인) 정보긴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꼭 확인해야 하는 회계정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어떤 기업들이 여기에 포함됐는지 재공지하기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감사보고서를 통해 한번 공지한 회계정보를 다시 모아 공개하게되면 정보의 중복 제공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한번 다트(전자공시시스템)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나온 정보를 다시한번 금융감독원이 다시 상기시키는 것은 시장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계속기업 불확실성 정보에 대한 활용도가 낮은 것은 투자자들이 감사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인데 투자자들이 관심종목이 있다면 꼼꼼히 확인해야 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4이 상장폐지되는 주요 회계정보는 거래소의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지도 않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상장법인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비적정 감사의견(의견거절·부적정·감사범위제한·한정)을 받을 경우에만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돼 이를 별도로 공시한다. 상장폐지 목전에 가서야만 공시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종복 한국거래소 공시부 기업심사 팀장은 "기업의 투자위험은 시장에 공시돼 전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좀 더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고심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차후에 개선사항이 필요하다면 제도팀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http://dart.fss.or.kr)시스템에서 공시되는 감사보고서의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 항목을 살펴보면 회계사가 기업의 계속기업가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기술했는지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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