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히든챔피언]<53> 홍호식 지아이씨상사 대표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가죽 산업은 한때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3D 업종으로 밀렸다. 누가 요즘 가죽 사업을 하느냐 하겠지만 30년간 한우물을 판 홍호식 지아이씨상사 대표는 "유행은 돌고 돈다"며 가죽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19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만난 홍 대표는 30년간 회사를 유지할 수 있던 비결로 "욕심을 부려 물량을 받지 않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욕심을 버리는 게 장수 비결이라는 얘기다. 그는 "내가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백(100)인데 천(1000)을 꿈꾸면 뭐 하겠냐"며 "할 수 있는 양 만큼만 제대로 만들자는 게 처음 회사를 세울 때부터 가진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남들이 100원짜리 100개를 팔때 나는 1000원짜리 10개만 팔면 된다고 생각했지. 다른 업체들과 달리 고급화 정책을 펼친 거야. 많은 물량을 처리하지 않아도 돼 제품들을 꼼꼼이 만들 수 있었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었지."
고급 제품을 만드는 곳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아르마니, 도나카란, 디젤 등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계약서를 들고 그에게 찾아왔다. 이탈리아 브랜드 베네통에선 일년치 넘는 물량을 요구하기도 했다. 엄청난 물량에 잠시 흔들렸으나 홍 대표는 밤새 고민 끝에 계약을 반려했다. 계약을 맺게 되면 다른 바이어들의 물량을 처리할 수 없게 돼 그간 쌓은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래를 위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을 벗어나 이제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개발하는데 역량을 쏟고 있는 홍 대표다. 그는 "지금도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을 판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브랜드로 한국을 알릴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겐 또 다른 꿈이 있다.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을 위해 공장을 증축해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홍 대표는 "탈북자들도 우리처럼 손재주 좋은 것은 마찬가지"라며 "남북 합작품으로 세계 속에 코리아를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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