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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줄탁동시의 의미(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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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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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 속에서 자랄 대로 자라 그곳을 나와야 하는 병아리가 있다. 그의 부리는 거의 여물어 알의 안벽을 톡톡 쪼면 제법 힘있는 소리가 나지만, 아직 그 껍질을 깨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럴 때 어미닭이 바깥에서,부리로 쪼는 안의 소리를 듣고 정확하게 거기에 맞춰 몇 번 톡톡 쪼아준다. 병아리는 안에서 어미는 밖에서 서로 같은 곳을 조심조심 깨고 있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신비하고 아름답다. 안에서 쪼는 것이 '줄'이고 밖에서 도와주는 것이 '탁'이다. 이 이미지는 내 마음에 깨끗한 동영상으로 남았다.

그런데 줄과 탁은 정확하게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안팎의 힘이 합쳐지고 단단하던 껍질이 깨진다. 내밀고 쪼는 시간이 서로 다르거나, 내밀고 쪼는 곳이 서로 다르면 저 일을 이룰 수 없다. 밖에선 안의 사정을 마음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 때를 잘 살펴, 안에서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안에선 어미의 도움을 자기의 힘으로 활용하여 알맞은 때 일을 해내야 한다. 줄탁은 타이밍과 포커스가 중요하다. 우리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아직도 엉성한 교육제도가 찾아야할 해법은 저 줄탁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공부는 스스로 함과 도와줌의 하모니다. 바깥에서 안을 강요하고 괴롭히는 게 우리 교육의 적폐다. 바깥에서 다 해주려고 설치니, 안에선 아예 부리를 쓰지도 않고 딴 곳을 쪼고 있는 것도 문제다. 더 문제는, '바깥'이 진정 안에서 알을 깨고 나오도록 도와주는데 신경을 쓰지 않고, 세상의 탐욕과 패거리의 이익에, 나오지도 않은 병아리를 줄세우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알을 깨는 일이란 존재의 혁명이다. 스스로를 깨고 나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스트레스와 불안, 그리고 두려움이 당연히 존재한다. 밖에선 그걸 살펴 그 마음의 껍질부터 깨어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게 먼저다. 밖이 아무리 돕는다 하더라도 안에서 필요한 건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자립심이다. 깨우침에 이르게 하는 추진체는 1%의 스승과 99%의 자기이다. 그러나 1%의 탁이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 1%가 제대로 핀트를 맞추지 못하면 99%가 깨우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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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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