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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서관은①]"도서관 운영체계 일원화가 핵심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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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유네스코는 2007년 콜롬비아 보고타를 '세계 책과 문화의 도시'로 선정했다. 마약과 게릴라, 잦은 국민 갈등으로 위험국가 취급을 받던 나라가 졸지에 문화국가로 부상하자 세계 각국도 콜롬비아를 새롭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국가 인식을 바꾸는데는 '루이스앙헬아란고 도서관'의 부단한 노력이 존재한다. 루이스앙헬아란고 도서관은 1958년 개관, 콜롬비아 국민의 문화적 자부심을 상징한다. 개관 이후 보테르 미술관, 화폐박물관, 국립은행 문화예술관 등을 산하기구로 두고 있다.

루이스앙헬아란고 도서관은 오래전부터 '비블레드'라는 프로그램을 실시, 보고타 시내의 대형 중심도서관 3곳, 소형도서관 30곳, 기타 마을도서관 등을 연계해 '책 돌려 읽기', '찾아가는 책', '움직이는 도서관', '가족 독서캠페인', 도시 문화 소모임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루이스앙헬아란고 도서관은 '정보의 평등 구축', '문화산업의 가치', '지역 격차 해소' 및 '창조적 소통'을 표방한다.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 유명하며, 콜롬비아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라면 꼭 들려봐야할 문화관광상품으로 손꼽힌다. 루이스앙헬아란고 도서관의 연간 방문객은 1998년 300만명 수준에서 2008년 670만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콜롬비아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다.
흔히 도서관을 '지식의 보고'로 칭한다. 그러나 우리 도서관 운영을 살펴 보면 곳곳에서 갈등이 빈번하고, 난맥이 혼재돼 오히려 지식경영사회 구축의 걸림돌로 작용할 지경이다. 이에 도서관 운영 전반을 개선하지 않고는 '문화 융성'이라는 국가 비전 실현이 요원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제 2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2014∼2018년)이 전개된다. 제 1차 종합계획(2009∼2013년) 기간 동안 인프라 구축에 힘썼다면 2차 기간에는 각종 운영 난맥을 해소하는 소프트웨어의 정착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도서관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도서관 운영 체계 일원화 실현이 핵심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 도서관 운영 난맥 = 2013년 12월31일 현재 우리나라 도서관은 ▲ 국립도서관 3곳(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법원도서관) ▲ 공공도서관 868곳 ▲ 작은 도서관 3951곳 ▲ 대학도서관 430곳 ▲ 학교도서관 1만1390곳 ▲ 전문도서관 595곳 ▲ 교도소 도서관 50곳 ▲ 병영도서관 1606곳 ▲ 장애인도서관 39곳 등 총 1만8932곳이다. 숫자로만 본다면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도서관 관리·운영은 각 주체별로 나뉘어 후진적인 형태를 면치 못 한다. 공공도서관 868곳 중 교육청 소속 232곳, 지자체 소속 616곳, 사립 20곳 등이다. 도서관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체계는 지자체 소속-안전행정부, 교육청 소속 - 교육부로 분리돼 있다.
따라서 정책과 도서관 운영, 재산권이 이원적이며, 다시 운영은 각 부처별로 찢겨져 있다. 또한 지자체 소속이라도 지자체 직영, 교육청 위탁, 문화재단 및 제 3섹터 위탁, 시설관리공단 위탁 등으로 운영 주체가 파행적으로 이뤄져 도서관 생태계가 혼란스럽다. 이로 인해 공공도서관은 운영 난맥, 갈등, 서비스 및 정책 운영의 신뢰성 저하, 비용 증대 등 여러 문제로 앓고 있다. 그 사례들을 살펴 보자.

# 제주도의 경우 공공도서관이 총 21곳이다. 이중 교육청은 제주·송악·제남·한수풀·동녘·서귀포학생문화원 도서관 등 6곳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지자체는 한라·한경·동부·성산일출·우당·애월·삼매봉·서부·안덕산방·탐라·조천·중앙·표선·제주시 기적의도서관·서귀포 기적의도서관 등 총 15곳을 운영한다. 지자체도서관은 2008년부터 한라도서관을 지역대표서관으로 지정, 통합작업을 실시해 2012년 말 완료했다. 현재 통합시스템을 적용해 대출증 하나로 15곳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교육청도서관은 2013년 3월 '지역교육청 소속 도서관 열람규칙 개정' 조례를 통해 통합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하나의 회원증으로 6개 도서관 이용이 가능하나 통합시스템 구축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두 기관 소속 도서관 통합은 교육청 소속 도서관 통합이 완료돼야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교육청 소속과 지자체 소속의 도서관 통합서비스가 서로 다른 경로로 이뤄지면서 추후 양 기관 소속 도서관이 다시 통합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운영 이원체계는 행정 낭비, 비용 및 인력, 예산 추가 투입, 서비스 개선 지연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 최근 경남 양산시와 양산교육청은 '양산도서관' 관리·운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양산도서관은 45억원을 들여 기존 건물을 허물고 지하 1∼ 지상 3층 연면적 2204㎡ 규모로 재건축해 내년 2월 재개관한다. 당초 양산도서관은 1992년 양산군이 국비와 군비 등 총 10억원을 들여 건립, 개관해 양산교육청에 위탁 운영해왔다. 이에 관리·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양산시와 기존대로 운영을 계속해야한다는 교육청 입장이 팽팽해 맞서 대립이 첨예한 상태다. 현재 양산시 소속 공공도서관 4곳은 ▲ 양산시립도서관과 개관 예정인 영어도서관- 양산시 ▲ 웅상도서관 - 시설관리공단 ▲ 양산도서관 - 양산교육청 등으로 운영 주체가 다르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주민 서비스 및 도서관 운영 효율을 위해 일원화하라"고 권고하지만 갈등은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울산시의 경우 올해말 울산시는 울산시교육청에 위탁 운영시킨 도서관 3곳을 인수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두 기관이 도서관 운영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운영권 반납이 이뤄지게 됐다. 문제는 지자체 소속 도서관 중 3곳을 운영하고 있는 울산시 교육청이 지자체 예산 지원이 안 될 경우 철수를 하겠다고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그해 연말 울산시장이 예산 지원 약속, 2014년 말 도서관 운영 이관 합의 등으로 일단락됐다. 도서관 3곳은 시 교육청이 운영·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울산시 남구·중구 등 지자체가 실질적인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문제가 불거질 소지를 안고 있다. 지자체 이관이 이뤄진다 해도 근무 인력 인수 등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울산시는 전국 지자체 중 교육행정 예산이 가장 적은 지역으로 손 꼽히는 곳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각 기관별로 도서관 재산권을 별도로 나눠 갖고 있어 갈등 소지는 언제든지 남아 있는 상태다.

# 지난해 12월 개관한 국립세종도서관의 경우 지난해 중반 안전행정부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려다 좌초했다. 당시 한국도서관협회 등 도서관단체 및 학생, 교수, 전국 도서관들이 반대명성을 발표한데 이어 정부종합청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조직적인 반발이 이어졌다. 결국 안행부도 별도법인화에 따른 위탁 경영을 취소하기는 했으나 지자체별로 도서관 위탁경영은 더욱 증가 추세다. OECD 국가 34개국 중 우리나라처럼 재정 효율성, 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도서관 법인화를 추진하는 국가는 없다. 그러나 현재 위탁 경영, 별도 법인화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 도서관 운영의 공공성이 곳곳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전국 공공도서관 868개관 대비 34% 수준, 2018년까지 전국 공공도서관 50% 이상을 통합도서서비스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국민들이 다른 도서관을 이용할 때마다 별도의 회원증을 만들어 소지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그러나 여전히 운영 이원화로 통합서비스 작업이 서로 다르게 진행돼 왔다. 결국 단계적 추진이라는 고육책을 동원,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나 행정력 및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면치 못 한다.

◇ 이원화 무엇이 문제인가 = 이처럼 도서관 운영의 조직 이원화 문제는 각종 예산, 인력, 서비스 등 도서관 정책의 총체적 난맥으로 이어진다. 그간 도서관 이원적 운영은 국가 도서관 정책의 혼선과 불신, 공공도서관 생태계 훼손, 왜곡 등을 초래했다. 따라서 현행 운영체계 개선이 없이는 도서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서관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공공도서관 행정체계 및 운영주체의 이원화에 따른 부작용과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일원화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희윤 한국도서관협회장은 "공공도서관 관리체계 혼선이 모든 도서관 문제의 발단이자 핵심"이라며 "지역 내에서는 교육청과 자치단체, 국가적으로는 교육부와 안행부, 문화부가 관리를 나눠서 하다 보니 혼선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혼선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고 도서관 문화와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일원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서관 인력 충원, 보직제의 전면적 개선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출범한 제 4기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이하 '도서관정책위')는 '제2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4∼2018년) 기간 동안 교육청·지자체로 이원화돼 있는 공립 공공도서관의 운영·관리 일원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현행 도서관 운영체계 이원화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지자체들이 공공도서관 설립이 적극 나서면서 급속히 진행됐다. 운영 주체가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로 쪼개진 탓에 각 예산도 교육청 소속 도서관은 교육부가, 지자체 소속 도서관은 안행부 분권교부금에서 실행되고 있다. 분권교부금은 지자체 예산 전반을 아우르고 있어 지자체들은 도서관 운영비로 1%에도 미치지 않는 비용을 할당하고 있다. 지자체 도서관마다 비용 부족을 이유로 법적 사서요건을 지키지 않는가 하면 도서관장 한명이 여러 개의 도서관을 관리하는 등 파행이 심각하다. 이런 판국에 제대로 된 이용자 서비스 개선은 뒷전일 수 밖에 없다.

◇ 일원화 추진 어떻게 = 또한 각종 예산 및 인력, 통합서비스 구축 등 여러 사안이 소속별로 따로 운영됨으로써 조직이기주의 등 '밥그릇' 싸움이 여전하다. 특히 정책 운용 과정에서 각 기관들의 갈등과 다툼도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도서관 이원화 문제는 '손톱 밑 가시'가 아니라 '뇌속의 종양'으로 지식경영사회 구축을 가로막고 있는 주범으로 전락해 있다. 그간 각 정권들은 규제 완화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도서관 문제 해결에는 아예 외면하다시피 했다.

최은주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은 "도서관 정책의 수립, 집행의 어려움,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 한계 등이 지적되는 만큼 도서관 일원화 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공공도서관의 효율적인 운영, 지역단위의 통합서비스 구축을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비로소 주요 의제로 채택되기는 했으나 일원화 추진이 간단치만은 않다. 먼저 운영 주체를 어디로 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부처간 협력이 원활하다해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현재 도서관정보정책위는 문체부, 교육부, 안행부 등 관련부처에 의견 및 입장 정리를 요청한 상태다. 통합에 들어갈 경우 통합에 따른 인력 인수, 직제 및 예산 개편 등 후속작업이 수두룩하다. 이에 앞서 각 부처가 의지를 갖고 일원화에 나설 것인지도 의문이다.

다른 문제도 수두룩하다. 도서관계는 주요 문제점으로 ▲ 도서관 운영, 민간단체 및 제3섹터 위탁 행태의 가속화 ▲ 정식 직원 및 법적 사서 채용 요건 기피 ▲ 자원봉사자 위주의 도서관 운영 ▲ 도서관 서비스의 부실화 초래 ▲ 전문직 관장 임용 회피 ▲ 도서관 간판, 평생학습관 교체 등을 꼽고 있다. 모두 이원화에서 파생된 문제들이다.

박원경 한국사서협회장은 "지금 사서 배치에 대한 법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 도서관이 드물 지경"이라며 "심한 경우 도서관장 한명이 대여섯개 공공도서관을 책임지고 있는가 하면 위탁 경영 등 파행 운영이 강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지식창조경제에 대응할 수 있는 도서관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 도서관 운영이 최소한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학계도 일원화가 도서관정책 개선의 필수 사항이라는데 동의한다. 이용남 한성대 명예교수는 "도서관 관련 부처별로 정책 조율·협조 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지식경영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도서관 운영을 망쳐 놓았다"며 "도서관 생태계 회복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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