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를 신은 가족들의 힘없는 발소리도 멀리까지 울릴 만큼, 사람들이 하루하루 빠져나간 공간은 서럽게 휑했다.
의자가 빽빽이 놓인 2층 관람석 한 구석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넓은 종이상자로 난간을 막은 채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별로 흐트러지지도 않은 주변의 옷가지를 끌어다 개키고 이부자리를 정돈하는 등 속절없는 시간을 보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가족들이 모여 있는 곳에 계시지 않고 왜 이 좁은 데 계시냐는 물음에 “아래는 너무 환해서 계속 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그는 아직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한 며느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며느리는 제주도에 있는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할아버지의 곁을 왔다 갔다 하던 할머니는 체육관 관계자가 나타나자 “사람이 며칠을 더 있더라도 편히 있어야 할 게 아니냐”며 조명 밝기를 조절해달라고 요청했다.
할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한 블록 위쪽 관람석 뒤편에 웅크리고 있던 중년 남성 역시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또한 “사방이 뻥 뚫린 아래쪽이 오히려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딱딱한 체육관 바닥에서 장기간 생활하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안마·가족안정실’ 앞에는 누적된 긴장과 피로를 호소하는 가족 대여섯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7시. 땅거미가 내린 체육관 뒤편으로 한 여성이 걸어나와 주차장 끝에 있는 벤치에 뒤돌아 앉았다. 손에는 묵주가 쥐어져 있었다. 일교차가 심해 퍽 쌀쌀한데도 반팔티셔츠 차림으로 저녁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도, 한숨을 내쉬지도 않고 오직 묵주를 든 손만 내내 움직일 뿐이었다.
‘남겨진 자들의 불안’이 무겁게 내려앉은 진도체육관에서 기약 없는 하루가 또 저물어갔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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