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탄 버스 기사가 하얀 장갑을 낀 채 운전대에서 자신의 오른손을 연신 들었다 놨다하는 것이다. 보니 반대차로에서 자신과 같은 소속회사의 버스가 지나칠 때마다 상대편 운전자와 손(手)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시내버스에서 비슷한 광경을 목격하기는 했었다. 한 번 지켜보기로 했다.
1시간으로 치면 최소 120여차례다. 평균 3초면 360초다. 초당 28m를 기준으로 하면 1km다. 1km 가량을 시선을 반대편 차로를 보면서 한 손으로 운전한다는 말이다. 차량간 거리는 50m 이내였다. 자칫하단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있는 상황이었다. 기사들간의 손인사를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동료간의 상호격려인 동시에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그들만의 의식일 것이다.
세월호 트라우마였을까.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버스안에서 아무도 관심없는 버스기사의 손짓을 제지하는 것이 옳을까. 운전 중에 말을 걸어 손동작을 중지시키는 게 옳을까, 아니면 기사의 심경을 건드리지 않는 게 오히려 안전운전에 도움이 될까. 결국 이런 저런 생각만하다 버스를 내렸고 나중에서야 버스회사 고객게시판에 글을 몇 자 적는 것으로 자기 합리화의 명분을 찾았다.
다시 온 나라에 '안전'이 화두다. 안전은 보이지 않는 곳, 일어나지 않은 사고에 미리 돈과 조직, 사람을 투자해야 한다. 경제성 논리가 먹히지 않는다. 먹혀서도 안된다. 안전사고예방과 안전의식문화 확산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건 누구든지 필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기에 수없는 반복이 더해져야 습관으로 굳어진다. 안전에서 만큼은 필론의 돼지는 필요없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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