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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승객보다 화물을 중시한 세월호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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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직원들이 배가 침몰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화물 적재량 전산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로부터 침몰 상황을 전해 들은 청해진해운 물류팀 직원들이 적재 화물량 180여t을 축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하는 사이 육지의 선사 직원들은 증거 인멸에 나선 것이다. 사고 원인으로 과적이 지목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범죄 행위다.

사고 당일 세월호 화물량은 복원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적재량의 3.7배나 됐다. 배가 가라앉을 것 같으니 짐을 그만 실으라는 항해사의 항의가 묵살됐다. 특히 덩치가 크고 무거운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규정대로 고정시키지도 않은 채 배 앞 갑판 위에 적재해 배가 기울면서 바다에 추락했다. 화물을 초과 선적한 데다 단단히 결박하지도 않았으니 세월호는 출항 때부터 사고를 잉태한 셈이다. 그럼에도 선사와 선원들은 죽음에 직면한 승객들에게 대기하라는 방송만 한 뒤 구호 조치는 취하지 않은 채 화물량 조작 행위를 벌였다. 승객 안전은 도외시한 채 돈이 되는 화물로 수익을 올리려다 사고를 부른 것이다.
해운 당국의 무사안일도 사고를 키웠다. 세월호처럼 여객선인데 화물 수송도 가능한 대형 카페리 '로로(Ro-Ro)선'은 여객 전용선과 달리 선폭이 좁아 급회전 시 위험하다. 사고가 나면 화물칸으로 바닷물이 쉽게 들어와 짧은 시간에 침몰한다. 로로선 침몰 사고로 인명 피해가 많아지자 국제해사기구(IMO)는 1997년 로로선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단계적으로 없애도록 협약을 만들었다. 이에 다른 나라는 로로선 안전교육과 운항 전 점검을 강화했는데 우리 해양수산부는 17년째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외항선이 아닌 국내 여객선이란 이유로 감독 규제도 소홀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섬들을 오가는 연간 승객은 1700만명. 주5일근무제가 정착하면서 연안여객 항로는 도서 주민의 교통편에서 관광항로로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안 여객선사들은 20년 이상 된 낡은 선박에 과적ㆍ탈법 운항을 일삼으며 자주 사고를 내고 하루 벌어 하루 연명하는 후진적이고 영세한 구조다. 조선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연안해운 산업을 육성하고 해상안전 의식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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