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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LG 티포드, 성공의 키는 포심·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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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렛 티포드[사진 제공=LG 트윈스]

에버렛 티포드[사진 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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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74승54패)를 했다.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한 비결은 마운드다. 팀 평균자책점이 3.72로 가장 낮았다. 올 시즌은 다르다. 25일까지 19경기에서 5.57을 기록했다. 리그 최하위다.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마운드에 적신호가 켜진 것만은 분명하다.

투수들을 살펴보자. 에이스 류제국은 25일까지 4경기에서 22.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37을 남겼다. 팬그래프닷컴 방식의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fWAR)는 수비도움을 배제한 평균자책점(FIP)을 기반으로 산출한다. 류제국은 1.09로 리그 3위다. 9이닝 당 탈삼진(K/9)은 10.72로 1위, 삼진비율(K%)은 26.5%로 2위다. 빼어난 구위에도 평균자책점이 높은 이유는 타구 운이 없기 때문이다.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확률(BABIP)이 0.371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리그 평균은 0.307이다.
2선발 코리 리오단은 4경기에서 24.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5.11, fWAR 0.59를 기록했다. BB/9 2.55로 안정된 제구를 보였지만 잔루처리율(LOB%)이 56.5%에 그쳤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주자를 내보낸 상황에서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지거나 ▲야수들의 형편없는 수비다. LG는 25일까지 4승1무14패로 최하위다. 반등을 이루려면 또 다른 외국인투수의 선전이 필요하다. 3경기에서 16.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31을 남긴 에버렛 티포드다.

대기만성? 계륵?

티포드는 2010년까지 무명선수였다. 캔자스시티 로얄스 소속으로 마이너리그 5년차였다. 이듬해 그는 반등을 이뤘다. 구원으로 전환하면서 속구 평균 구속 140~142km를 145~151km까지 끌어올렸다. 더불어 시속 140~143km의 커터까지 날카롭게 다듬어 체인지업, 커브 등의 동반 상승효과를 누렸다. 2011년 야구전문지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티포드를 캔자스시티 유망주 26위로 선정했다. 당시 그는 27세였다. BA가 26세 이상의 무명선수를 유망주로 선정한 사례는 흔하지 않다. 그해 티포드는 빅리그로 승격됐다. 44이닝을 던지며 2승 1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 61.1이닝을 던지며 1승 4패 평균자책점 4.99로 다소 부진했다. 지난해에도 빅리그를 밟았지만 1경기에서 0.2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티포드는 빅 리그에서 선발로 뛰기를 원했다. 캔자스시티는 구원투수와 5선발 자리가 비었을 때 기회를 줬다. 왼손 구원투수가 빅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왼손타자를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티포드는 빅리그에서 왼손타자를 상대로 41이닝 동안 투구, 피안타율 0.256 피OPS 0.714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오른손 타자를 잘 막은 것도 아니다. 65이닝을 던져 피안타율 0.263 피OPS 0.808을 남겼다. 특히 홈런 17개를 허용해 9이닝당 피홈런(HR/9)이 2.08개나 됐다. 이는 테이튼 무어 단장이 티포드를 쿼트러플A 선수로 인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티포드는 선발(평균자책점 5.09 피OPS 0.835)과 구원(평균자책점 3.72 피OPS 0.734)에서 모두 매력적이지 못했다. 더구나 마이너리그 옵션 3장을 모두 모두 소진해 개막전 로스터에 진입하려면 시범경기에서 역투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3경기(3이닝) 평균자책점은 15.00에 머물렀다.

에버렛 티포드[사진 제공=LG 트윈스]

에버렛 티포드[사진 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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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AAA 지배자

티포드는 빅리그에서 실패했지만 트리플 A에서는 무난한 성적을 남겼다. 4년(2010~13) 동안 오마하에서 168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단 선발을 향한 바람은 마이너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4년간 출전한 55경기 가운데 선발 등판이 24경기에 불과했다. 사실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그는 더 빛났다. 경기당 평균 5.25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2.31을 남겼다.

한국에 오기 직전 성적은 프로야구 외국인선수의 성공가능성을 점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티포드는 지난해 오마하에서 선발로 14경기에 등판, 71.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90 피안타율 0.200 HR/9 0.5 BB/9 2.8 K/9 8.8 피OPS 0.583을 기록했다. 2013시즌을 앞두고 그는 구속증가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볼넷과 삼진은 비교적 증가했다. 2012시즌에는 선발로 나선 6경기에서 30.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89 피안타율 0.192 HR/9 0.6 BB/9 2.1 K/9 6.5를 남겼다. 구속 증가로 커맨드에 이상이 생겼지만 피홈런만큼은 크게 늘지 않았다. 오마하의 홈구장 웨르너 파크는 홈런 팩터(HR Factor)가 121.4다. 퍼시픽코스트리그(PCL) 구장 가운데 두 번째로 홈런 팩터가 높다. 지난해 티포드의 마이너리그 투구를 지켜본 스카우트들은 구속증강을 꾀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투구버릇(쿠세)이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평균구속 147km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상체를 비트는 동작이 커졌다. 딜리버리의 진행속도도 빨라졌다. 특히 왼손타자를 상대할 때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속구를 던지다보니 극단적인 크로스스탠스로 던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구속은 소폭 증가했지만 존의 높은 쪽으로 제구 되는 공의 비율도 다소 늘었다. 커터나 변화구(체인지업, 커브)를 던질 때는 크로스스탠스로 던지는 경우가 드물다. 커브의 낙차가 커 하이 앤 로우 피칭(높은 코스에서 형성되는 속구와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의 조합으로 던지는 것)이 무난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단 체인지업이 원바운드 성으로 들어오거나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주 무기인 커터 역시 구속증가에 몰두해서인지 포심과 동일한 궤적으로 들어오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예리하게 꺾이는 움직임이 사라지고 고속슬라이더에 가까운 궤적으로 들어올 때가 있다.”

티포드는 왼손타자를 상대로 포심(53%), 커터(22%), 커브(23%) 조합의 투구를 한다.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는 포심(38%), 커터(25%), 커브(23%), 체인지업(13%)의 네 가지 구종을 활용한다. 오른손타자에게는 143~151km의 구속으로 높게 형성되는 포심과 134~142km의 구속으로 몸 쪽을 파고드는 커터, 130~137km의 구속으로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체인지업 조합에 시속 124~132km의 커브를 알면서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왜 빅리그에서 성공하지 못 했을까.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속구 구속 146km가 빅리그 구원투수 치고는 빠르지 않고 ▲존의 가운데(한가운데 낮은, 한가운데, 한가운데 높은)로 몰리는 포심 비율이 18.8%나 돼 장타허용비율(피장타율 0.524)도 높았고 ▲체인지업이 원바운드 성으로 빨리 떨어지는(36.3%) 비율이 높아 오른손타자에게 위협적이지 못했다.

에버렛 티포드[사진 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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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키는 포심·커터

티포드는 프로야구에 연착륙 할 수 있을까. 일단은 긍정적이다. 티포드는 선발로도 평균 구속 143~145km을 유지한다. 이 정도 스피드를 가진 왼손선발은 국내에 양현종(KIA), 김광현(SK) 정도다. 모두 속구의 탄착군이 높게 형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BB/9 역시 양현종(3.08) 김광현(5.97) 모두 낮지 않다. 그럼에도 타자들은 둘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 한다. 피안타율은 각각 0.219과 0.245다. 이는 빅리그에서 통하지 않았던 티포드의 포심이 프로야구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증거다. 더구나 티포드는 포심과 큰 구속차가 없는 커터를 구사한다. 빠른 커터를 구사하는 왼손투수는 프로야구 타자들이 거의 만나보지 못했던 유형에 가깝다. 그래서 취약하기도 하다. LG 시절(2007~2009) 기교파 투수였던 크리스 옥스프링(롯데)은 커터를 장착한 뒤 37세의 나이에 파워피처로 변신하는 기적을 선보였다. 빠른 구속(평균 139.3km)과 왼손이란 희소성까지 갖춘 티포드의 커터는 타자들에게 악몽이 될 수 있다.

불안요소도 있다. 티포드는 트리플A에서 한 시즌도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다. 지난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그는 평균 공 75.1개를 던졌다. 2012시즌에도 평균 투구 수는 69.2개에 불과했다. LG는 티포드가 매 경기에서 공 100개 이상 던지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투구는 자칫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래도 투구에서는 희망적인 요소가 더 많이 발견된다. 지난해 티포드는 평균구속을 끌어올리면서 커터, 커브, 체인지업의 위력을 끌어올렸다. 이는 트리플A에서 성공을 거뒀다.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라인드라이브 타구비율(LD%)을 11.3%까지 끌어내렸고(리그평균 16.9%), 인필드플라이비율(IF%)을 13.4%(리그평균 6.8%)까지 올렸다. 공의 위력을 알 수 있는 주요지표인 스윙스트라이크비율(Sw Str%)은 11.1%(리그평균 9.4%)로 커리어하이였다. 티포드는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수업을 했다. 6월 19일 이후 등판한 9경기에서 그는 공 75개 이상씩을 던졌다. 이 9경기에서 티포드는 평균자책점 3.21 피안타율 0.215 K/9 8.6 경기당평균 5.93이닝을 기록했다. LG는 여기서 풀타임 선발의 가능성을 발견했을지 모른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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