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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세월호 핑계로 미방위는 또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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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진행하려던 부처 업무보고 일정을 연기했다.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이란 대형 참사가 발생했지만 여야 미방위원들은 지난 18일 오전까지 "관련 상임위가 아니라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 밝혔었다. 법안처리 0건으로 '불량 상임위'란 오명을 쓴 상황에서 4월 임시국회마저 빈손으로 끝낼 경우 여야 모두 떠안아야 할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부처 업무보고 일정은 이런 이유로 잡혔다. 우선 의사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는 비판부터 벗어나보자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출구 전략에도 머리를 맞댔었다. 16일 최경환 새누리당ㆍ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회동을 한 데 이어 17일 오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원들이 협상 창구인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와 법안 처리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등의 움직임도 보였다. 야당 미방위원은 "우리도 법안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고 여당 미방위원도 "지도부에서 접촉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여야는 18일 오후 회의 연기를 결정했다. 이유는 세월호 침몰 사고였다. 지금은 사고 수습에 전념해야 할 때란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이 한창인 와중에 공전만 되풀이할 게 뻔한 회의를 진행하는 것에 여야 모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방위 관계자는 "법안 처리를 할 것도 아닌데 지금 상황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 의지는 있을까. 업무보고 일정은 무기한 연기했고 여야 간사간 접촉도 없다. 미방위원들의 무관심은 더하다. 여야 위원 3명은 지방선거 출마 준비로 이미 손을 놓은 상황이다. 더구나 선거를 총괄할 여야 사무총장은 물론 공천관리위원장, 전략홍보본부장도 미방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사실상 상임위 진행이 어려운 현실이다. 미방위원 대부분이 "나는 논의 구조에서 빠져있다"거나 "선거 일로 잘 모른다"고 답한다.
미방위는 당 지도부에 협상을 맡겼지만 18일 예정됐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간 회동마저도 불발로 끝났다. 이 역시 선거 일정 때문이었다. 미방위의 다른 관계자는 "방송법 개정안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여야 모두 논의를 기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법안 처리 의지도 없었던 것이다. 국방위, 환경노동위, 여성가족위, 외교통일위 등은 21일에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 등의 국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미방위만 세월호 침몰 사고를 회의 연기의 핑계거리로 삼은 것이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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