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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돌봄교실 확대, 졸속 시행으로 '재앙' 됐다

최종수정 2014.04.11 12:11 기사입력 2014.04.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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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중 희망하는 모든 아이들은 방과후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맞벌이ㆍ저소득층 아이들이 방과 후 방치돼 사건ㆍ사고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과 발육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이 되도록 제대로 된 프로그램ㆍ시설ㆍ인력이 갖춰지지 않고 있어 일선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선 "준비없이 졸속 시행되는 바람에 재앙이 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11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전교조 등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초등돌봄교실의 문제점이 심각하다.
우선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없이 장시간 수용돼 있고, 식사도 시판 도시락과 배달음식으로 때우고 있어 건강을 해칠 우려가 높다. 강사 1명이 25명을 돌보고 있어 아이들을 관리하기 힘들고 안전사고가 났을 경우 제대로 된 대처도 어렵다. 일반 교실을 사용하는 곳도 있어 기존의 책걸상으로 인해 교실의 절반을 25명이나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놀다가 부딪쳐 다치는 일이 많고, 개인 사물함이 없어 책가방 등 소지품을 둘 공간조차 없는 형편이다.

학부모들의 부담도 문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6만원으로 간식비, 교재비, 재료비, 수리비, 현장학습비, 보조강사 인건비, 특별활동 강사비 등이 모두 충당됐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간식비3만원+방과후 프로그램비 1과목당 3만원 등으로 바뀌는 바람에 현장학습ㆍ특별활동은 별도의 돈을 내게 돼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또 지난해에는 보조 인력이 있어서 학부모 시간에 맞춰 상담을 할 수가 있었지만 올해는 상담 자체가 불가능하다.

초등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는 돌봄강사들의 고충도 크다. 강사 1명이 학교 1곳을 전담하는 바람에 기존 2~4명이 하던 행정 업무를 한 명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근무시간이 오후 8시까지로 늘어나 돌봄강사 본인이 어린 자녀가 있을 경우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 돌봄강사들은 야간 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고 겸용 교실의 경우 교실 사용 문제로 정규직 교사와 갈등이 발생해 매일 책걸상을 치웠다가 원위치시켜야 하는 고충도 있다. 대부분의 돌봄강사들이 25명의 아이들을 돌보느라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혼자서 돌봐야 해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있으며, 밤늦게까지 돌봄이 이뤄지면서 퇴근길 안전에도 위협을 받고 있다.

해당 학교 측에서도 겸용 교실이 늘어나면서 환경미화나 학습 결과 전시물 등이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겸용교실을 낮에 사용하는 정규직 교사들도 수업이 끝나면 교실을 비워줘야 해 다음날 수업 준비 등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태 교육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충분한 검토와 준비없이 확대 실시한 것이 문제"라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돌봄 교육의 질이 크게 후퇴되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육의원은 이어 "학교는 정치 실험실이 아니교 학생은 실험용 쥐가 아니다"라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며 현장과 상시적 소통을 하는 등 충분한 검토와 준비 후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와 교육 당국도 이같은 문제점을 수용해 최근 잇따라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10일 초등학교 돌봄교실 희망 학생들을 추가 수용하기 위해 ‘초등돌봄교실 추가 설치 및 운영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같은 날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만족도 제고 및 학생 안전 강화를 위해 돌봄서비스를 보강하고, 지원 범위도 확대하는 내용의 운영 개선책을 발표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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