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모유육아협동조합 송은영 이사장

▲한국모유육아협동조합 송은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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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이 안돼 '모유'를 못하는 상황은 없어야죠."
지난달 20일 한국모유육아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전국 48개 지부를 이끌고 있는 송은영 이사장은 "엄마가 모유를 할 수 있도록 사회가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 불리는 모유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여건이 안돼 수유하지 못하는 엄마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송 이사장이 국내 산모들의 인식부족 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본격 엄마들의 모유ㆍ육아를 돕는 사업을 시작한 것은 벌써 10년 전 일이다. 알음알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산모들을 꾸준히 도왔지만 여전히 모유수유를 혼자 시도하다가 실패하거나 포기하는 엄마들이 많은 것을 알고 협동조합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송 이사장은 "예전에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로 친정엄마나 시어머니로부터 육아와 수유법을 직접 배웠지만 요즘은 그런 것을 배울 곳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이나 조리원에서의 교육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론 위주인 데다 집단교육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만 하면 모유수유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초보엄마들 대부분이 아기가 젖을 무는 법을 배우고 모유량이 조절되는 초반 두달 정도의 기간에 유방울혈로 인한 젖몸살, 젖꼭지 통증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한국모유육아협동조합의 상담가들은 모두 산모 및 신생아 간호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로, 산모 한 명씩 따로 예약을 받아 '일대일'로 모유수유를 돕고 필요한 육아법도 전수한다. 송 이사장은 "모유수유는 저마다 배우고 적응하는 시간이 달라 특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모유수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중반이다. 송 이사장은 "분유광고 등의 영향으로 80년대만 해도 '분유'를 먹이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며 "압구정동 엄마들은 미국분유를 사다 먹이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이후 모유수유가 각종 면역물질과 영양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엄마와의 정신적 유대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 산모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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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유가 좋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모유 수유를 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모유수유율은 38%에 그친다. 송 이사장은 "엄마들이 갓 낳은 아이를 떼 놓고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는 거꾸로 '모유'를 하는 엄마들이 '여유있는 계층'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모유는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좋거나, 복지가 잘돼 있어 장기간 휴직이 가능한 직장에 다니는 산모들에게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송 이사장은 "직장에 산모가 유축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등 여성복지에 모유를 포함한 육아의 모든 부분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모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좀 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제주도 공항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렸다. 자신은 아이에게 젖을 먹일 장소가 없어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눈앞에서 한 외국인 여성이 사람이 지나다니는 로비에 태연히 앉아 모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모유는 가장 자연스러운 육아인데 우리는 항상 숨어서 해야 할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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