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수용시설인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의 빗장이 풀렸다. 2008년 준공 이후 시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합신센터에서 만난 5명의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국정원 수사관들을 '선생님'으로 부르며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폭행이나 폭언 등 강압적인 행위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려씨의 말과는 정반대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준비된' 공개는 여기까지였다. 국정원이 사전에 동의를 구해 인터뷰에 응한 5명의 탈북자 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만나볼 수 없었다. 의무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거나 운동장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던 탈북 주민들을 마주치기도 했지만 질문은 허용되지 않았다.
국정원은 가려씨가 지적한 방 내부 CCTV 설치, 달력 미제공, 출입통행 제한 등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고 현재는 개선됐다'는 취지의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결국 이날의 '준비된 공개'는 유씨의 간첩혐의 재판 등에서 제기된 문제나 의혹을 풀어주지 못했다.
더욱 큰 의문은 다른 데 있다. 이렇게 합신센터를 자진해서 '공개'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왜 재판에서 제기된 수많은 의문을 푸는 과정에서는 발휘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정원은 증거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국정원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따로 있는 듯하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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