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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공개된 국정원 합신센터…'한국의 관타나모' 오명 벗을까?

최종수정 2014.04.06 11:58 기사입력 2014.04.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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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전경

▲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전경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담장을 둘러싼 철조망과 굳게 닫힌 문. 검정색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들어오는 차량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탑승자 전원이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신원확인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비밀의 문'은 열렸다.

내부로 들어서자 대한민국 영토 모양으로 놓여진 수백개의 태극기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합신센터 곳곳에는 태극기 바람개비가 꽃혀 있었고 탈북자들이 머무는 방 안까지 태극기 물결은 이어졌다.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있으면서도 내부를 드러내지 않던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가 지난 4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2008년 문을 연 합신센터가 보도를 전제로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신센터는 경기도 시흥시 조남동에 자리잡고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서는 지게차나 폐기물 관련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고 뒷편에는 산이 있어 일반인의 이목에서 벗어나기엔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다.
이 곳은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이 가장 처음으로 마주하는 장소다. 탈북자들은 일정기간 합신센터에서 탈북 경위와 과정, 가족관계 등 신원에 대한 조사를 받은 뒤 통일부 산하의 하나원으로 가게 된다. 합신센터 조사 과정에서 신분을 속이고 위장입국한 직파간첩 등이 적발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 곳은 대통령 훈령 28호에 의해 국가보안시설 '가'급으로 분류돼 있다. 부지면적 6만1014평(건평 7443평)에 탈북자들이 머무는 숙소와 교육후생동, 사무동, 운동장 등이 들어서 있다. 지하 1층, 지하 4층의 건물 안에는 의무실과 놀이방 체육실, 도서실 등이 갖춰져 있다. 54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현재 350명가량의 탈북자들이 머무르고 있다.

궁지 몰리자 공개결정한 국정원 = 국정원은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동생 유가려씨가 합신센터에서 받은 조사 내용과 실태를 폭로하면서 파문이 일자 내부 공개를 결정했다.

합신센터는 유우성씨가 간첩이라는 유일한 증거였던 동생 가려씨의 증언을 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받아낸 곳이다. 여느 탈북자와 마찬가지로 이 곳에서 조사를 받은 가려씨는 '오빠가 간첩'이라고 증언했고 국정원의 조사 내용을 넘겨받은 검찰은 유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작년 4월 가려씨는 "합신센터에서 회유와 협박을 받아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화장실 내부까지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어 쪼그리고 샤워를 해야했고 달력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진술이 전해지면서 합신센터는 '한국의 관타나모'라는 비난을 받았다. 가려씨는 합신센터에 머무르던 당시에는 변호인 접견권이 보장되지 않았고 감금된 것과 다름없는 상태라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가려씨가 말한 부분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전후사정을 고려해 결정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단과 동행한 국정원 관계자는 "CCTV는 가려씨가 심장병이 있어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설치한 것"이라며 "녹화영상은 3개월이 지나면 자동삭제 된다"고 밝혔다. 또 달력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허위진술을 하는 일부 탈북자가 자신이 한 진술을 일부러 기록해놓는 용도로 활용한 사례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가려씨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변호인 접견권을 보장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었고 본인도 변호인을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합신센터, 오명 벗을까? = 이날 만난 5명의 탈북자들은 모두 합신센터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국정원에 감사하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또 자신을 담당한 조사관들을 '선생님'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합신센터에서 한달 남짓 머무른 40대 탈북 남성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이었지만 겸손한 자세로 대해줬고 (선생님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하다"며 "폭언이나 폭행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을 선생님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한 40대 탈북 여성은 " 조사를 받아야 하고 환대해주니 마음에서 우러나서 선생님으로 부르는 것"이라며 "응당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통 오전 9시부터 11시30분까지 1차 조사를 받은 뒤 식사와 휴식을 가진 후 다시 조사실에 들어가 오후 5시 전후로 조사가 끝난다고 설명했다. 탈북자마다 조사 일정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5일 미만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 중에는 1인실 방에 머무르게 되며 진술 맞추기 등을 우려해 다른 탈북자들과의 교류는 일정부분 차단된다.

탈북자들은 생활을 하거나 조사 과정에서도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며 입을 모았다.

그러나 본인이 진술한 것을 기록한 것을 직접 확인한 사람은 없었다. 또 허위진술을 할 때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통지는 받았지만,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안내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기본적으로 피의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고지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려씨가 지적한 통행 및 이동제한에 대해서는 "밖에서만 열 수 있던 각 방의 출입문을 카드 시스템으로 바꿔 이제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국정원의 합신센터 공개에 대해 "갑작스런 공개 행사를 통해 국정원의 간첩증거조작 범죄행위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며 "마치 합신센터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없는 양 호도하기 위한 행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변호인 접견권을 침해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지만 해석상의 차이가 있어 재항고를 해보고 그 결과에 따를 것"이라며 "CCTV 녹화와 조사과정 등에 대한 지침을 세부적으로 개선하는 등 지적사항에 대해 개선안을 마련하려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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