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는 사무직 직원들의 임금체계를 11년 만에 호봉제(연공급제)로 다시 바꾸기로 합의했다. 성과급 중심의 연봉제로 인해 확대된 임금격차가 오히려 조직문화를 해쳤다는 판단이 컸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17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이번 합의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GM 사무직에 연봉제가 도입된 것은 2003년이다. 차장급인 박모씨는 "처음 연봉제가 도입될 때만해도 사내에서는 성과에 따른 공정한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었다"며 "팀장 개인의 평가가 객관성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팀장이 어떻게 인사고과를 매기느냐에 따라 성과급이 제로(0)가 되기도 하고 10%가 되기도 하니 조직 분위기가 나빠지는 건 자연스런 수순이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고과평가가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과 직결되면서 내부 불만은 더욱 심화됐다. 부장급 이상 관리자에게는 인사고과를 무기로 한 퇴직 종용도 곧잘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호봉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근 한국GM 사내게시판에는 연일 업무강도 등을 감안하지 않은 호봉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직원은 "하루 종일 인터넷 쇼핑하고 점심시간에 3시간씩 자리를 비우는 이들, 도와달란 핑계로 남에게 일을 미루는 이들과 같은 월급을 받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은 "호봉제냐 연봉제냐를 떠나 동종업계에 비해 현저히 낮은 GM 임금체계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며 "C등급은 아예 연봉인상이 안됐고 B마이너스 등급도 물가인상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공개된 고용노동부의 임금체계 개편 메뉴얼은 근속연수가 늘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현 호봉제 대신 직무급, 직능급을 적용하고 성과급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 메뉴얼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성과급 중심으로 공정한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개별 기업의 노사합의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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