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학의 아버지' 염상섭 동상, 광화문 '이전'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한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염상섭'(1897∼1963년) 동상이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약수터 한 구석에서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종로 출입구로 자리를 옮겨진다. 대산문화재단·종로구청·교보생명 등이 4월1일 오후 3시 현장에서 염상섭 동상 이전 설치 제막식을 갖는 것을 계기로 시민들과 가까이 만날 수 있게 됐다.

염상섭 동상(김영중 작)은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이들에게 말이라도 걸려는 듯 친근한 표정으로 양복을 입은 채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동상은 1996년 문인들은 '문학의 해'에 '한국근대문학 대표 인물'로 선정된 것을 기념, 종로구 종묘광장 입구에 설치했었다. 이후 2007년 서울시와 종로구는 '종묘광장 정비사업'을 실시, 주변환경 정리를 실시하면서 2009년 동상을 삼청공원 약수터로 옮겼다.

이에 진작부터 문단과 시민사회는 "염상섭 동상은 작가의 생애, 작품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어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며 이전, 설치를 주장해 왔다. 유족들도 공원 한구석, 쓸쓸하게 놓여 있는 모습에 종종 안타까움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염상섭'(1897∼1963년)은 11세 때 관립 사범보통학교에 입학해 2년 만에 자퇴하고 보성소학교로 옮겼다. 이어 보성중학교를 거쳐 일본 교토에서 유학했다. 그는 경향신문 초대 편집국장 등을 지닌 언론인으로도 활동했으며 좌우 대립이 극심하던 시기엔 정파성을 지양,중도 노선과 공명정대한 사실보도를 강조한 인물이다. 1921년 발표한 단편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한국의 첫 자연주의 소설, 대표작인 '삼대' 역시 사실주의 문학을 잘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63년 직장암으로 투병하다 별세해 서울 도봉구 방학동 천주교 묘역에 잠들었다.

횡보라는 호는 ‘옆으로 걸으며 온 세상을 돌아다닌다’는 ‘횡행천하(橫行天下)’에서 따왔다. 술을 먹고 옆으로 걷는다는 뜻도 있고 세상을 삐딱하게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의 호는 유독 평생 언론인이자 소설가로 세상의 불의와 맞서며 쓴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고뇌를 담고 있다.

지난해 문단은 염상섭 사망 50주기를 맞아 각종 공연, 강연, 전시, 퍼포먼스 등을 열고 '2013 염상섭 문학제'를 통해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등 염상섭 문학세계의 깊이를 되새기도 했다.

한편 제막식에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겸 대산문화재단 이사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장,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이상문 국제펜클럽 한국지부 이사장, 백시종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등과 염희영(염상섭의 2남2녀 중 차녀) 여사 등 유족대표가 참석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