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임금, 대통령 비석으로 유명한 ‘보령 남포오석’

최종수정 2018.09.11 08:00 기사입력 2014.03.30 06:00

댓글쓰기

식목일, 청명(4월5일), 한식(6일) 맞아 인기…박정희·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비로 쓰여 진가 인정

보령시 웅천읍 대천리 석재가공타운 전경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충남 보령’ 하면 바다, 대천해수욕장, 머드축제, 석탄박물관 등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돌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남포오석(烏石)이다.

나라안팎으로 이름나 있는 이곳 돌은 봄이 되면 찾는 이들이 많다. 식목일과 청명(4월5일), 한식(6일)을 맞아 산소, 공동묘지를 손질하거나 이장(移葬) 등의 작업 때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보령지역의 남포오석을 사기 위해 국내·외에서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현지를 찾는 발걸음이 는다. 남포오석의 발자취와 오늘을 더듬어본다.

◆남포오석(烏石), 어떤 돌인가?=오석은 한자말 그대로 ‘검은(烏) 돌(石)’이다. 고급 벼루, 비석, 디딤돌, 조경석, 건자재, 의자, 탁자, 간판, 생활용품 등 못 만드는 게 없다. 도장, 문패, 위패, 명패, 문자조형, 인물사진작품 재료로도 쓰인다.

1000년 세월의 풍파를 견딘다는 보령오석은 흑색사암이다. 갈면 갈수록 검은색 빛이 난다. 글자를 새기거나 조각하게 되면 흰색이 나타난다.
돌이 단단하고 세포조직이 아주 촘촘해 비바람에 강하다. 두드리면 흰색으로 바뀌는 특성도 갖고 있다.

신라시대부터 최고급 비석과 벼루용 빗돌재료로 잘 알려져 왔다. 중국에서도 보령오석을 최고로 쳤을 만큼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다. 최근 들어선 돌 조각예술품을 만드는 세계 각국의 유명조각가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보령 돌을 ‘남포오석’으로 부르는 건 옛 지명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조선시대 행정구역이 ‘남포 현’이었던 관계로 그렇게 불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는 까마귀(烏) 털처럼 빛깔이 검고 윤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남포오석으로 만든 주요 작품들=남포오석은 보령의 대표적인 지역특산품으로 국내·외 저명작가들이 예술혼을 불어넣어 만든 작품이 수두룩하다.

뭣보다도 옛 임금과 세상을 떠난 대통령들의 비로 많이 쓰였다. 조선시대 땐 대부분 왕릉에 쓰였을 만큼 유명했다. 현대에 들어와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비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 ▲노무현 전 대통령 묘비(석함)로 남포오석이 사용돼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엔 ▲서울 종로 파고다공원 안의 3.1독립선언문 비석 ▲유명가수(배호, 이미자, 패티김, 나훈아 등) 노래비 ▲홍난파 작곡가비 ▲‘독도 수호 표지석’ 등을, 해외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언덕에 서 있는 ‘황영조 기념비’를 꼽을 수 있다.

독도수호 표지석
‘독도 수호 표지석’의 경우 2012년 8월15일 ‘제67주년 광복절 경북도 경축행사’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이름으로 된 세워졌다. 높이 1m20㎝, 가로·세로 각 30㎝로 앞면엔 한글로 ‘독도’, 뒷면엔 ‘대한민국’, 옆면엔 ‘대통령 이명박’ ‘이천일십이년 여름’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각자는 (사)한국석조각예술인협회 회장인 조각가 박주부씨가 맡았다.

국보 8호 ‘보령 성주사지 낭혜화상탑비’도 보령오석으로 만들어졌다. 신라 말기 때로 1000년 넘게 흘렀음에도 겉면이 매끄럽고 모양이 곱다. 비문글씨가 또렷하고 남아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할 만큼 돌의 질이 좋다.

오늘날에도 지역 내 문화재급 장인들이 오석과 함께 수준 높은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유명작가들까지 남포오석을 활용한 현대적 감각의 예술품을 창작하며 남포오석의 세계화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오석 원석, 어떻게 찾나=그 같은 작품들의 바탕재료인 오석의 원석은 어떻게 구할까. 탄광 못잖게 매우 힘든 작업과정을 거친다. 제대로 된 원석을 캐기 위해 험한 산을 누벼야하고 포크레인, 불도저, 대형트럭 등 중장비까지 동원된다. 자칫 잘못하면 다치기 일쑤여서 작업장안전은 필수다.

산에서 캐어낸 돌을 옮기고 쌓고 보관·가공하는 일 도한 결코 쉽지 않다. 덩어리가 크고 엄청나게 무거워 작업과정이 간단치 않다. 업체들마다 야적장이 있어야 하고 손재주가 뛰어나면서 문화·예술적 안목이 있는 석공들도 둬야하는 등 상당한 투자도 뒤따른다.

◆보령 석재산업단지의 어제와 오늘=보령시 웅천읍 대천1리의 석재산업단지엔 남포오석 작품들을 만들기 위한 돌(원석)들이 곳곳에 쌓여있다. 큰 마을 하나가 몽땅 석재상과 가공공장들로 들어차 있다.

이곳이 남포오석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 으뜸 석공예단지이자 충남의 대표적인 석재산업단지로 자리 잡았다. 60여 석재업체에서 비석, 상석, 건축자재, 돌장식품 등 석제품을 만들고 있다. 석재단지업체들은 돌 제품을 연중 쉬지 않고 만들어 국내외에 납품한다. 식목일을 앞둔 요즘이 성수기다.

한때 보령엔 130곳이 넘는 석재업체가 성업 중이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값싼 중국산 돌이 밀려들어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수입물량이 엄청나 문을 닫는 곳이 느는 흐름이다. 돌을 다루는 전문기술자들도 자꾸 떠나고 후학들도 갈수록 줄어드는 분위기다.

석재업체들은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힌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다.

◆보령시, 남포오석 살리기 앞장=보령시는 지역의 석재산업을 살리기 위해 지난 연말 ‘보령 남포오석 천년의 신비를 찾아서’를 펴냈다. ‘남포오석’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알려 업체들에게 보탬을 주자는 취지다.

책은 남포오석이 가진 고유성을 되찾고 지역 내 석산, 석재가공업체에겐 새로운 마케팅전략을 짜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담았다. 문헌에 나오는 오석관련 사료들과 활용사례, 만들어진 작품 등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의 운동모습과 발바닥 문양을 새긴 작품 등도 소개돼 눈길을 끈다.

보령시는 이달 중순 ‘웅천 돌문화 공원’ 안에 석재전시관도 열어 돌 산업을 널리 알리면서 석재산업계 종사자들에게 자긍심과 사업의욕을 높여주고 있다.
보령 '웅천 돌문화 공원'에 들어선 석재전시관 전경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