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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만든 지하철역들…시민들은 밤낮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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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선 "개보수 책임 없다" ...서울메트로선 "고칠 돈이 없다"

▲지난 20일 오전 8시께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려는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8시께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려는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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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1 지난 20일 오전 8시께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 출근길 시민들이 1ㆍ2호선 환승을 위해 걸음을 옮기다 좁은 계단 앞에 멈춰 섰다. 계단은 종종 걸음으로 내려가는 사람들과 올라가는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했다. 간신히 내려온 지하철역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승강장에서 문래역 방면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이교한(53ㆍ남)씨는 "직장을 옮겨 4년 동안 이곳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데 출퇴근 시간 너무 붐벼 불편하다"며 "역을 이용하는 사람에 비해 역이 너무 비좁다"고 말했다.

#2 지난 14일 홍대입구 9번 출구. 나란히 서면 어른 3명 정도 설 수 있는 비좁은 계단을 사람들이 힘겨운 표정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라며 한숨을 내뱉거나 "여긴 뭐 이래"라고 짜증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9번 출구로 나가는 계단은 지하철 2호선이 도착하는 몇 분 간격으로 이 같은 광경이 되풀이됐다. 홍대입구역 역무원은 "주말만 되면 1번ㆍ9번 출구는 사람들로 전쟁터나 마찬가지"라며 "매번 문제를 시정해달라고 위에 이야기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지의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하철역은 수십년 전 지어진 채 머물러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역을 설계했던 서울시는 십수년이 지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손을 놓고 있고 서울메트로 측은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역사 개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역사 내 유동인구 집중으로 대형 사고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며 시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1978년 착공된 지하철 2호선이 을지로입구에서 서울대입구 구간을 끝으로 완공된 것은 1984년. 서울의 인구가 착공 당시 782만명에서 약 1000만명으로 늘어나기도 했지만 많은 역사의 주변모습도 크게 바뀌었다. 공단이 있었던 구로디지털단지역은 벤처단지 조성으로 회사원들이 몰리면서 출근길마다 역사가 붐비고 있다. 홍대입구역은 대학가 주변으로 술집과 커피 전문점들이 들어서면서 역시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저녁 피크시간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한 가게 주변의 유동인구만 3000명에 가까웠다. 신도림역의 경우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13만명을 넘는다.

시민들은 지하철역들이 서울의 현재 상황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만난 대학원생 정선희(26ㆍ여) 씨는 "8년 동안 주변에 건물도 많이 생기고 다니는 사람도 크게 늘었는데 역은 그대로다"며 "승강장 계단 내려갈 때 부딪힐까 조심하며 종종 걸음으로 움직이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홍대입구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민희씨는 역이 3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자 "그동안 넓힐 생각을 한 번도 안했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시공을 맡았던 서울시는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서울메트로 측이 개보수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역 건설당시 계획은 세우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메트로 측이 역을 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보수 책임이 있는 서울메트로 측은 비용 문제를 고려할 때 역사를 넓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 메트로 관계자는 "환기구를 하나 다시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역을 넓히려면 거의 다시 건설해야 한다"며 "지상 출입구 같은 경우 보도폭,지상경관,상가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역사를 확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도 "주변 상권 보상 문제 등이 걸려 있어 개보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역사내 유동인구가 너무 많아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도 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역사 증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경우 한양대 건설교통공학부 교수는 "2호선이 '순환철'이다 보니 밀리는 구간이 생기는 불균형을 피할 수 없다"며 "경전철 등 병행역사를 확충하고 급행열차로 교통량을 분산시키면서 점진적으로 역사를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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