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보험업 진출에 대한 진입장벽은 없다. 그럼에도 국내 제2 재보험사 설립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자격요건이 충족되고 검증된 재보험사의 국내 시장 진출은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재보험사가 신설될 경우 계약자 보호의 부실화 가능성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제2 재보험사 설립이 시장에서 36년간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온 코리안리와 긍정적인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코리안리의 지난해 국내 재보험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을 하다보면 요율이 낮아질 수 있고 출재사를 위한 마케팅이 더 향상될 수 있다"며 "그러나 제2 재보험사 설립은 출재사가 얻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 보다는 새로운 재보험사가 생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2 재보험사 설립은 긍정적인 경쟁구도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상징성만을 가지고 접근하기에는 재보험시장이 녹록치 않다.
코리안리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사운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205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80%에 달하는 85조원까지 끌어올려 세계 순위 3위 안에 드는 초일류 재보험사로 가는 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제2 재보험사 설립은 이러한 국내 우량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글로벌화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정부는 국내 금융산업의 대형화와 글로벌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작은 국내 시장에서 나눠먹기식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잘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대표선수를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중요하다. 비도 때를 맞춰 내려야 득이 된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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