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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해남 땅끝, 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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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기행-두륜산, 달마산, 땅끝마을 가는길 초록봄이 춤을 춘다

하늘 높이 치솟은 해남 달마산 뽀족바위 속의 작은 암자 도솔암. 우리 땅의 암자를 통틀어 가장 극적인 자리에 세워진 암자다. 아슬아슬한 암봉을 축대로 막아 전각을 세우고 손바닥만한 마당과 암자를 들였다.

하늘 높이 치솟은 해남 달마산 뽀족바위 속의 작은 암자 도솔암. 우리 땅의 암자를 통틀어 가장 극적인 자리에 세워진 암자다. 아슬아슬한 암봉을 축대로 막아 전각을 세우고 손바닥만한 마당과 암자를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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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땅끝으로 갑니다. 봄바람이 유혹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쪽빛 바다와 파릇한 마늘밭, 새싹 돋는 보리, 해남 땅끝에 내려앉은 봄볕이 따스합니다. 봄꽃들이 아수성을 치기 전 땅끝은 상큼한 초록빛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하늘끝도 있습니다. 하늘 높이 치솟은 달마산 뽀족바위 속의 작은 암자 도솔암. 땅끝에서 만난 하늘끝 암자는 이국적이고도 신비스럽습니다. 푸근하고 깊은 정취의 대흥사 새벽 예불소리와 두륜산 산정에서 바라본 다도해도 봄빛이 한가득입니다. 남녘의 땅끝, 두륜산과 달마산을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봄 풍경은 이렇듯 다른 곳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절집 대흥사 지나 두륜산에서 다도해를 품다
새벽 예불소리가 맑다. 숲길을 걸어 두륜산 아래 자리한 절집 대흥사로 간다. 동백꽃향기와 알싸한 새벽공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두륜산의 명물은 두륜봉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구름다리로 자연이 만든 바위가 이쪽과 저쪽을 잇는 모습이 장관이다.

두륜산의 명물은 두륜봉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구름다리로 자연이 만든 바위가 이쪽과 저쪽을 잇는 모습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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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 년 내력의 대흥사는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가 이끌었던 승군들의 총본영이였고, 내로라하는 당대 문사들의 현판을 받아 걸은 절집이다. 이런 거찰을 지나 두륜산으로 간다.

산길을 따라 두륜봉, 가련봉까지 오른 뒤 만일암터와 천년수, 북미륵암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이다. 힘들지 않아 봄맞이 길로는 그만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경도 가히 일품이다.
진불암을 지나 가장 먼저 나오는 봉우리가 두륜봉이다. 두륜봉의 명물은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구름다리다. 사람의 손으로 다리를 매놓은 게 아니라 자연의 바위가 이쪽과 저쪽을 잇는다. 주봉인 가련봉에 서면 눈앞으로 봄빛을 가득 담은 다도해의 쪽빛 바다와 완도, 진도가 아스라히 다가온다.

가련봉을 내려서면 만일암터다. 암자 자리에는 본래는 7층이었으나 지금은 5층만 남아 있는 석탑이 대숲을 두르고 서 있다. 석탑 아래쪽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름하여 '천년수'인데 실제 나이는 1000년을 훌쩍 넘겼다.

만일암을 거쳐 당도하는 북미륵암에서는 마애여래좌상이 압권이다. 용화전 안에 모셔진 불상은 높이만 4.85m에 달해 규모에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단단한 화강석을 마치 무른 비누처럼 깎아낸 솜씨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봉긋 솟아오른 눈두덩이며 형형한 빛을 뿜는 눈, 부드러운 선을 가진 여래상의 얼굴은 도무지 1000년 전에 돌로 깎은 것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마애여래좌상을 뒤로 하면 4시간여의 산행길이 끝난다. 한 낮의 봄볕을 듬뿍 받은 절집 대흥사가 반짝 빛을 토해낸다.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리느 달마산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리느 달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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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공룡 등줄기에 앉은 도솔암의 신비
'남도의 금강산' 달마산(達摩山). 동국여지승람에는 '달마대사의 법신이 늘 상주하는 곳'으로 적고 있다. 이 달마산에는 우리 땅의 암자를 통틀어 가장 극적인 자리에 세워진 암자 도솔암이 있다. 두륜산 대흥사의 암자다.

달마산 도솔봉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마봉리 마련마을에서 올라가는 찻길은 좁고 험한 임도다. 도솔봉주차장에 차를 두고 공룡의 등줄기 같은 암봉 능선을 15분쯤 따라가면 거기 도솔암이 있다.

암자로 드는 길은 황홀하다. 오른쪽은 완도와 남해가, 왼쪽은 진도와 서해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사이사이 숱한 다도해도 아름답다.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는 모두 수석을 조각해 촘촘히 세워놓은 불상같다.

바위 벼랑끝에 아담하게 자리한 도솔암

바위 벼랑끝에 아담하게 자리한 도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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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은 천자 길이의 돌기둥을 세워 그 위에 암자를 지은 것 처럼 아찔하다. 낭떠러지 같은 벼랑의 봉우리 끝에다가 어찌 저런 암자를 세웠을까. 놀라울뿐이다. 아슬아슬한 암봉을 축대로 막아 전각을 세우고 손바닥만한 마당을 들였다. 밖에서 암자를 보면 절벽 위에 앉은 모습에 현기증이나지만 돌담으로 둘러싸인 마당에 서면 오히려 안락하고 편안하다.

마당앞으로 금강산을 옮겨놓은듯한 바위 봉우리들의 위용이 대단하고 오른쪽은 다도해의 그림같은 풍경이 절경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도솔암은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와 영화, 드라마 등에 살짝 스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힘들이지 않게 올라 절벽에 앉은 암자를 대하는게 송구하다. 도솔암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하고 절벽을 내려선다.
◇땅끝마을로 가는길 초록빛이 봄을 쏟아낸다
땅끝으로 향하는 길은 어디에 눈을 둬도 봄이 가득이다. 들녘은 막 솟아난 보리싹으로 파릇하고 초록빛을 잔뜩 머금은 마늘밭은 싱그럽다. 마늘밭 넘어로 보이는 바다는 쪽빛으로 탱탱하게 봄기운이 올랐다.
땅끝마을로 가는길에 만난 파릇한 마늘밭과 쪽빛 바다

땅끝마을로 가는길에 만난 파릇한 마늘밭과 쪽빛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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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면을 지나 남쪽으로 길게 뻗은 길을 달리면 그 끝에 땅끝마을이 있다. 바다에 연한 이곳은 한반도 최남단 북위 34도17분21초의 갈두산 사장봉이다. 한반도의 땅끝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봉수대다. 조선 초에 설치돼 고종 때 폐지된 봉수대는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표표히 자신을 지키고 있다.

정상에는 횃불 모양의 전망대가 우뚝하다. 40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자 백일도ㆍ흑일도가 길게 누워 있다. 보길도, 노화도, 어룡도, 장구도, 소안도, 완도도 한눈에 잡힌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절경이 장관이다. 맑은날에는 제주도 한라산이 가깝게 보인다고 하니 이곳이 땅끝임을 절감하게 해준다.

땅끝 해안에 나무데크가 깔린 숲길은 운치 있다. 이 길은 중간 중간 해안을 조망하기 좋은 곳에 쉼터가 있다. 쪽빛 바다를 끼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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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두리 선착장에서는 노화도와 보길도를 오가는 연락선을 탈 수 있다. 1시간 거리의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가 말년을 보낸 섬이다. 선착장 앞 맴섬은 일출 명소.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는 풍광이 기막히다. 1년에 단 두 번, 2월과 10월에 볼수있다.

땅끝마을은 '끝'과 '시작'이 공존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봄이 시작됐다.

해남=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톨게이트를 지나 죽림분기점에서 서영암나들목 방면으로 나가 2번 국도를 따라 가다 남해고속도로로 진입. 강진무위사 나들목으로 나가 남성전 삼거리에서 우회전. 월산교차로에서 진도ㆍ완도ㆍ해남 방면으로 나간다. 이어 해남읍 못 미쳐 평동교차로에서 해남ㆍ대흥사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대흥사다. 두륜산 산행은 대흥사에서 출발한다. 대흥사에서 달마산 도솔암까지는 자동차로 30여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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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이름난 한정식집이 많다. 떡갈비 정식을 내는 천일식당(061-535-1001)이 많이 알려져 있다. 지은 지 100년이 넘는 한옥에서 영업하는 땅끝 기와집(061-534-2322)이나 한성정(061-536-1060)도 소문났다. 해남읍내는 용궁해물탕(061-536-2680)이 유명하다. 송지면 소재지의 중앙식당(061-533-2146)은 남도백반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볼거리=우수영관광단지에 가면 진도대교와 울둘목을 볼 수 있다. 또 달마산 미황사, 고산 윤선도 유적지, 우항리공룡화석지, 고천암호 철새도래지, 해양자연사박물관, 허준 촬영지 등이 있다.

(알림=지면개편으로 인해 여행면이 매주 목요일자로 변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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