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정 총리, 총리 vs 책임총리 잣대따라 평가달라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26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정 총리는 박근혜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목된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중도사퇴하면서 갑작스럽게 지명돼 새 정부 출범 다음 날인 지난해 2월26일 새 정부 초대 총리에 취임했다.
정 총리의 지난 1년에 대해 정치권과 관가는 대체적으로 무난하다고 평가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내각을 통할하고 대내외 각종 현안을 적기에 대응했다는 점 등이 높게 평가된다.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책임총리제라는 잣대로 보면 책임총리제 실현을 위해 대통령과 총리 모두가 적극적이었는가에서는 '물음표'가 많다.
총리실이 내놓은 '정 총리 취임 1년 성과'자료를 보면 정 총리는 지난 1년간 국무회의에 48회 참석했고 이 중 34회를 주재했다. 국무회의를 통해 법률공포안 766건, 법률안 265건, 대통령령안 809건 등 총 2024건이 처리됐다. 세종과 서울청사 간 영상회의는 총 11번이 열렸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총 31회가 개최돼 99건의 안건을 논의했다.
정 총리는 연간 52일의 토요일 가운데 30여일을 민생과 정책현장을 돌아보는 데 썼다. 당·정·청 정책협의회는 총 16회가 개최됐다. 정 총리는 정치권과의 소통 차원에서 국회의장단 3회, 여당지도부 6회, 야당 지도부 6회 만남 및 예결위원, 법사위원 등 만찬 13회 등을 참석했다. 외교활동으로는 해외순방 5회, 외빈 접견 및 면담 28회를 기록했다.
정 총리는 지난해 3월 북한 3차 핵실험으로 위협이 고조된 시기에 최전방 연평부대를 방문, 정부의 단호한 대응태세를 강조하고 주민대피시설을 점검했다. 그해 12월에는 장성택 처형 이후 도발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전방부대를 찾아 철책경계상황을 점검하고 대비태세를 확인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제 강제동원 관련 재판 및 관동 대지진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최근 카드사 정보유출과 관련해서는 신속한 상황파악 및 수습을 지시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 독려 등을 통해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원전비리근절과 관련해서는 위법자 처벌 및 책임자 문책과 함께 전체 원전에 대한 안전조사 실시 등 범정부차원의 대응을 주도했다. 또한 철도파업 및 조류인플루엔자(AI), 개인정보 유출 등 정책 현안과 관련해서는 주말회의를 정례화하는 등 선제적 이슈관리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책임총리제는 헌법이 정한 대로 총리에게 장관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비롯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할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정 총리는 박근혜정부 조각 과정에서 총리의 권한인 각료 제청권을 모두 행사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를 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경질할 때 각료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모두 행사했다. 내각 통할권자로서 행정부를 대표해 2차례(국정원 댓글·철도파업)의 대국민담화도 발표했다.
일각에선 이런 권한행사가 총리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청와대, 여당과의 사전교감을 통해 이뤄진 행정적 절차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현오석 경제팀과 교육, 법무, 국방 등 주무부처 장관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정 총리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정 총리는 지난달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오석 경제팀에 대한 야당의 경질 요구와 관련, "경제활성화와 민생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경제팀에 힘을 실어주면 분발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힘을 실어주지 않아서 분발하지 않았느냐"고 거듭 지적하자, 정 총리는 "조금 더 실어달라"고 밝혔다.
세계일보가 박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22∼24일 전문가 4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정 총리는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임무를 대과 없이 수행했으나 직언, 소신 부족 등으로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책임총리ㆍ책임장관제 개선을 위해서는 ▲총리의 소신과 직언(10명), 부처 간 협업 및 소통 감독 강화(10명) ▲부처 장악능력 강화(9명)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 실질적 행사(8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정을 총괄하는 상황하에서는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는 구호에 그치거나 반쪽 실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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